<북토피아>경쟁론

 경쟁론(On Competition), 마이클 포터 지음, 세종연구원 펴냄

 

 이 책은 경쟁전략과 경쟁이론 분야의 고전적 저서다. 마이클 포터는 일상과 평범, 모방과 답습의 유혹을 뿌리치고 지속적 고수익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차별화의 원칙에 대해 명쾌한 해설과 설득을 제공한다.

 저자에 의하면 다수의 경영자들은 경영을 운영효율성의 추구와 등치시킨다. 즉 관리에만 치중한다. 그러나 운영효율성의 추구는 경영의 기본일 뿐이다. 경영자의 역할은 이보다 광범위하며 결정적이다. 운영효율성보다 더 중요한 경영의 화두는 기업 ‘전략’의 수립과 실천에 있다.

 전략이란 무엇인가.

 우선 포지셔닝을 잘하는 것이다. 포지셔닝이란,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TTL이 처음으로 10대 및 20대 초반 소비자 전용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KTF의 Drama가 처음으로 여성전용 휴대폰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듯이 특정 상품 혹은 특정 고객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특화를 말한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값싼 비행기표를 찾는 두터운 고객층에 주목하여 비행기삯을 파격적으로 낮추는 대신, 일체의 기내 서비스를 폐지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비행기 안에서는 기내식은 물론, 지정좌석도, 스튜어디스도 찾아볼 수 없었다. 들고 타는 소화물 서비스를 제외한 수화물 서비스도 폐지했다. 여행사를 통한 티켓판매도 중단하여 수수료 부담도 줄였다. 이 항공사는 이렇게 원가를 낮춰 낮은 가격에 항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비행기삯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층이나 절약형 고객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바로 전략적 포지셔닝의 성공사례다.

 둘째 전략이란 경쟁에서 상쇄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상쇄관계란 한 가지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관계다. 사우스웨스트의 성공을 보고 콘티넨탈 항공사가 이를 벤치마킹하였다. 그러나 이 항공사는 애석하게도 두 마리의 토끼를 쫓기로 하였다. 기존의 풀 서비스 항공노선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사우스웨스트식의 저가 노선을 운행하였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서로 다른 시스템이 뒤엉켜 서로의 발목을 잡고 효율성을 악화시키고 원가부담을 상승시켰다. 국내선 항공기는 연발과 결항을 밥먹듯이 하게 되었고 수화물 이동으로 출국수속 또한 지연되었다. 풀 서비스 고객 유지를 위해 여행사 대리점 체제를 포기할 수 없었던 콘티넨탈은 저가 노선 고객이 여행사를 통해 표를 구매해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 결과 수수료 부담도 전혀 줄지 않았다. 결국 여행사 수수료를 줄이고 풀서비스 고객의 마일리지 혜택을 줄이는 원가절감안을 실행했으나 여행사와 풀서비스 고객의 거센 반발만 샀다. 풀서비스 고객도 저가노선 고객도 모두 다 이 항공사의 서비스에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의미에서 전략적 리더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못지 않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선택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 리더의 책무 중 하나는 조직원들에게 전략이 무엇인가와 더불어 ‘아니오’라고 말할 줄 아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셋째 전략이란 적합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적합성이란 활동들의 배합(combining)에 관한 것이다. 운영효율성이 개별활동이나 기능의 우월성을 달성하는 것이라면 전략은 그러한 개별활동들을 적절히 배합하여 최적화된 상태를 만들어 내는 종합 지휘 예술이다. 개별활동의 모방은 쉽지만 전략적 적합성이 발휘되고 있는 기업의 활동체계를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나 하나의 활동이 다른 활동의 원인이자 결과로 사슬처럼 엮여 있기 때문에 한두가지 활동만의 모방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일체의 활동이 원가절감에 상호 도움되는 방향으로 배합되었고 그것이 오히려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여 출발준비시간을 단축시키고 정시출발과 더 잦은 운항을 가능케 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 그러나 콘티넨탈 항공사는 각각의 활동이 따로 놀게 되어 전략적 적합성을 창출하지 못했다.

 남과 같아지기 위한 경쟁보다는 남과 달라지기 위한 경쟁이 훨씬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경영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성장을 위해 자기의 독특한 포지션을 포기하거나 타협하는 것이다. 때문에 성장일변도의 강박관념은 전략에 해가 된다. 성장위주전략은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절충을 조장하고 적합성을 줄이며 궁극적으로 경쟁우위를 침식한다.

 저자는 말한다. ‘수준 낮은 경영자들은 철학이 없고 전략의 지속여부에 대한 확신도 결여되어 있다.’

 나는 시시때때로 이 고언을 상기하면서 내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지 자문해 본다. 전략적 사고를 중단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경영자가 아니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 sindbad@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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