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코리아 대표 염관식
20세기 들어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넘쳐난 각종 공업제품의 홍수는 우리의 생활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윤택한 생활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질적 변화와 더불어 제품으로 인한 손해 및 피해의 크기도 확대되는 부작용이 나타나 선진공업국들은 소비자구제라는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소비자 리콜제도의 강화, 집단소송제의 도입,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법 등에 의한 구제장치 마련이었다.
국내서도 내년 7월부터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 제품의 결함에 의한 사고의 피해자는 기존의 민법보다는 쉽게 기업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어 그 결과로 제품안전과 관련한 소송과 분쟁발생이 많아질 것이다. 이는 제품의 생산비용의 증가, 소송 및 방어비용의 증가, 기업 이미지의 악영향 등 일반 제조업체의 안정적인 경영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L제도시행 1년을 앞둔 국내 업계의 상황은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이해와 인지도의 부족, 자금 및 인력 부족, 제품안전 기술의 낙후, 설비 개선 부족 등 많은 면에서 열악한 환경에 있다. 또 PL법에 대해 극히 일부의 기업만이 부분적인 대응을 준비할 뿐 대부분의 기업은 무관심과 관망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PL소송이 빈발하여 보험료의 지급이 대폭 증가하는 등 배상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도산한 기업이나 제품의 제조·판매를 중단한 사례가 많았으며 신제품 개발의욕의 저하 및 경제활동의 침체로 인해 국제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한 적이 있었다.
즉 PL법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외부 요인에 대해 기존의 경영시스템을 활용하여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결정될 수 있다.
기업의 PL 대응은 크게 사전적 의미의 제조물책임 예방대책(PLP)과 사후적 의미의 제조물책임 방어대책(PLD)으로 구분할 수 있다.
PLP는 사고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제품 안전대책으로, 제품의 설계단계에서 최종단계인 최종소비자에게 전달된 후 AS에 이르는 전과정을 망라하는 광범위한 사전 예방활동이다. 이러한 예방대책으로는 기업의 인식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며 전사적인 PL대응 시스템 구축, 제품안전 경영방침의 수립, 임직원의 교육, PL 관련 정보의 수집, PL 전담반 및 사내 PL 전문가의 양성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제품안전 설계의 실시와 결함 제품의 생산을 차단해야 한다. 또한 적절한 사용방법과 경고의 표시로 소비자의 오사용을 방지해야 한다.
반면 PLD는 사고발생 후의 대책으로 소송·방어체제의 구축, 문서와 기록의 적절한 보관, 결함제품의 회수 대책 수립 및 PL보험의 가입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예방 및 방어 대책은 각 기업의 규모와 제품특성, 조직형태 등을 고려해야 하며 무엇보다 ‘PL경영’이라는 새로운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업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이와 같이 PL법이 시행되면 기업의 경영활동에는 많은 제약과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각 기업은 지금부터라도 단계적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아니면 과거 미국처럼 PL소송급증으로 인해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파산하는 상황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웃 일본의 한 PL전문가는 “ PL제도를 기업의 위험요소로 볼 것만이 아니라 기업성장을 위한 계기로 간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제 좋은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 저렴한 가격만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던 시대는 끝났다.
21세기에 지속적인 기업발전을 추구하려면 사장에서 말단사원까지 PL경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생존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무 준비도 없이 한번 PL소송에 휘말려 치명타를 입는 불운한 기업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민간기업이 합심해 PL경영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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