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애견센터에서 이제 막 젖을 뗀 강아지를 팔고 있다. 동네 꼬마 녀석들은 강아지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한 소년이 애견센터로 들어갔다.
“아줌마, 얼마예요.”
소년은 돈이 모자랐다. 돼지 저금통을 털어도 모자랐다. 힘없이 돌아서는 소년.
매일 가게 앞을 서성이는 소년이 안쓰러워 가게 아줌마는 소년을 불러 강아지와 놀게 해줬다. 그때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하지만 그 강아지는 선천적으로 다리관절에 이상이 있어 평생을 절름발이로 살아야 한다. 그래도 마냥 강아지가 귀여운 소년.
“아픈 강아지를 데려가겠다면 그냥 줄게.”
기뻐할 줄 알았던 소년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리가 아프다고 공짜로 가져갈 순 없어요.”
소년은 말없이 바지 한쪽을 걷어 금속 교정기로 지탱하고 있는 다리를 보여줬다.
“엄마는 늘 저도 다른 애들과 똑같은 가치를 가진 아이라고 하셨어요.”
소년은 가진 돈을 모두 내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기로 하고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KBS2에서 저녁 8시 45분부터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
’TV동화…’는 4월 방영을 시작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뉴스·드라마가 몰려 있는 주중 8∼9시 프라임 시간대에 애니메이션을 방영한다는 것 자체가 뉴스거리였기 때문. 애니메이션은 유아나 10대를 겨냥해 오전 7∼8시나 오후 5∼6시 정도에 편성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TV동화…’ 제작팀은 상식을 뒤집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에 뉴스를 보고 지친 마음을 달래줄 8시 45분이 제격이라는 것.
이는 보기좋게 들어맞았고 5∼8%의 시청률로 보답했다. KBS 측은 오전 8시 40분에 재방송을 편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률만으론 풀 수 없는 반향이 일고 있다. ‘TV동화…’의 시청소감을 올리는 KBS 홈페이지에는 무려 3000여개의 감상문이 올라와 있다. 단지 5분짜리 프로그램에 대한 감상문 치고는 아무래도 너무 많다. 게다가 이들 모두는 실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TV를 보며 행복해서 울다니. 내 나이 서른넷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슴저미는 행복이, 때로는 가슴 훈훈해지는 행복이 아침마다 가득입니다. TV동화로 눈물을 보인 그날은 따뜻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낸답니다.’(이성숙)
제작을 맡고 있는 박인식 PD는 “세상이 척박해지다보니 오히려 사소하지만 일상적인 작은 감동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한 장면 한 장면 정성을 들여 그린 그림에서 풍기는 따뜻함과 회화체적 요소들이 잘 어울린 것 같다”고 말한다.
‘TV동화…’는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도 평가받고 있다. 미국 디즈니식 애니메이션, 일본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한국의 삽화 애니메이션’인 것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애니통은 내년 초까지 ‘101가지 동화’를 이런 방식으로 제작해 방영할 방침이다. 회화 장면을 책장 넘기듯 처리해 동화가 주는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가진 ‘삽화 애니메이션’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특징으로 자리잡을지 두고 볼 일이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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