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기술개발 청사진

디지털가전·무선통신기기·로봇·광섬유·전지·단백질기술 등 21세기를 주도하게 될 유망기술의 향후 개발전략을 담은 산업기술지도(industrial technology roadmap)가 완성됐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속되면서 기술과 지식이 국가경쟁력의 새로운 원천이 되는 시기에 맞춰 정부가 중점적으로 개발해야 할 분야와 내용을 명시한 산업기술지도를 마련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주지하다시피 21세기는 첨단기술이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디지털시대다. 누가 얼마나 정확하게 기술을 예측하고 거기에 맞는 기술개발 및 산업화 전략을 짜느냐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산업기술지도는 자신에게 유리한 기술을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는 등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에 더 없이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미·일 등 세계 각국이 산업별 기술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담은 산업기술지도 제작에 나서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만들어진 산업기술지도에는 산업 분야별 발전 전망과 추이, 우리의 현 기술수준과 해결과제 등이 상세히 수록된다.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인해 그동안 기대했던 기술개발효과를 거두지 못한 기업 및 연구소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개발방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산업기술지도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 국가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측면에서 보면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우리의 산업정책이 특정 산업의 육성·지원에서 기술 및 지식정보산업의 기반 확충과 경쟁력 제고로 바뀌고, 산업을 지원하는 데 그쳤던 정부 역할이 방향 제시로 한 차원 높아졌다는 점이다. 또 시장수요는 생각지 않고 기술개발에 나서던 지금까지의 산업정책에서 벗어나 먼저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핵심기술 및 제품개발에 나서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R&D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뜻도 이번 로드맵에 내포되어 있다.

 산업분야별 향후 전망과 기술수준은 물론 향후 시장규모와 발전 전망 등을 입체적으로 수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로드맵에는 2005년에는 몇 ㎝의 벽걸이형 TV(PDP) 제품이 나오고 가격은 얼마나 되는지, CD롬과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등 저장장치(스토리지)는 어떤 형태로 발전되고 시장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등 모든 내용이 정리될 예정이다.

 정부는 특정분야의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되고 전개될 것인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게 될 산업기술지도를 중기거점 차세대 기술개발 전략에 활용하는 한편 업계·학계·연구계가 적극 활용토록 유도해 국가전반의 R&D 체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업기술지도를 2년마다 갱신하는 한편 오는 8월부터는 생리활성정밀화학·의료공학·추진장치·멀티미디어기술·선박·컴퓨터 등에 대한 산업기술지도 작성에 나서는 등 국가 기술개발 청사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업계와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 산업기술지도의 공신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또 관련 부처간 합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해관계가 엇갈린 부처에서 각기 다른 지도를 그릴 경우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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