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변화를 위한 선택

조직의 역량은 곧 경쟁력이다. 기업마다 내부에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한테 지면 최악의 경우 기업은 도태되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를 누른다면 비상을 위한 날갯짓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의 역량은 기업의 소멸과 성장을 결정짓는 잣대다.

 아직도 비관론과 낙관론의 시비가 계속되는 벤처산업만 해도 그렇다.나름의 근거와 시각에 따라 벤처의 미래를 놓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벤처기업이 소멸과 생성·성장의 과정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내부 조직의 역량이 뛰어난 벤처기업은 계속 성장의 오색 무지개 계단을 오르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물거품처럼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런 와중에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벤처열풍에 편승해 재테크를 통한 문어발식 기업확장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빠지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이비 벤처인도 나타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우후죽순처럼 모방투자에 뛰어드는 바람에 거품투자의 붐이 일기도 했다. 근절해야 할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산업은 우리경제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IMF라는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수출이 그나마 제몫을 하는 데 벤처산업, 특히 정보기술(IT)산업의 기여도가 높았다.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앞세운 젊은 벤처인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의 견인역할을 했고 진출분야도 영화·영상·게임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벤처기업의 수출액은 지난해 45억6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7%수준이었지만 수출증가율은 전년에 비해 2배에 달한다고 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21세기에 살아남으려면 신경제에 도전해야 하고 신경제는 검증된 모델이 없으므로 스스로 발전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다양화·개성화시대에 벤처기업이 우리경제의 중심역할을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벤처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집행·독창성 등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거대공룡인 대기업에 비해 예측불가능한 시장의 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는 기술력과 마케팅·생산능력·자금력 등 경영전반에서 걸쳐 대기업에 비해 열세다. 내재적인 조직의 역량제고에도 한계가 있다.

 더큰 문제는 영업력이다. 아무리 첨단장비나 생산능력을 구비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한 것이다. 우리 벤처인 대다수가 특정분야의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어도 이를 수익과 연결시키는 마케팅력이 없어 경영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발전모델 또는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결과다.

 인력감축 없는 구조조정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전기초자의 서두칠 사장이 최근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한 말은 벤처인들한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해외생산법인의 가격결정권 및 영업권을 본사가 통제한다는 것은 반쪽 경영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영업권 없는 기업은 반쪽 기업이라는 것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첨단 제품생산과 이의 영업력은 기업의 양대 지주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업무 통합능력이다.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자기 중심적이 되면 안된다. 벤처인들은 자칫하면 자기만족에 빠질 우려가 있다. 고객만족이 최종 목표인데 그전에 자기 만족에 빠지는 것이다. 벤처인은 기술과 생산·마케팅·자금 등의 모든 분야를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의 어느 한분야도 멈추면 기업은 굴러가지 않는다.

 셋째 우리는 한 기업이 성공하면 그 기업을 모델링하는 데 익숙해 있다. 그러다보니 제품은 달라도 내부시스템·마케팅 전략이 유사하다. 모방도 창의적인 모방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모방문화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벤처기업의 본래 모습이다.

 모든 것은 사고의 산물이다. 에머슨은 “이 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 일은 생각하는 일”이라고 했다. 하기 힘든 생각, 그것이 변화를 위한 선택이다.

 

  

 

  이현덕위원 hd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