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 제임스 콜린스, 제리 포라스 지음 / 김영사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답변이 가능하겠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조직력’에서 그 답을 찾는다. 흔히 기업의 창업과 성장과정에서 사람보다는 전략이나 제품, 자본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경쟁력의 근저에 있는 것은 사람이다.
이 책은 ‘당장 급해 보이는 일’을 좇아 우왕좌왕하기보다 기업의 근본을 점검하고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의식적 노력을 촉구한다. 그 방법으로 초일류의 우량기업(이 책에서는 비전기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과 여기에 조금 못 미치는 2위 그룹의 기업들(이들 역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우수한 기업이다)을 비교해 두 그룹의 차이가 결국 조직력에 있음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올릭픽 금메달리스트와 은메달리스트를 비교해 최고 중의 최고가 되기 위한 비결을 추출해 낸 것이다.
흔히 경영학 이론서들은 창업과정에서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나 우수한 사업전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다. 우리의 상식 또한 그렇다. 그러나 소니나 휴렛패커드의 경우처럼 돈 되는 것은 아무거나 다 만들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것이 비전기업 다수의 창업 초기 모습이었다. 다만 그들은 제품의 수단으로 기업을 보지 않고 기업의 수단으로 제품을 봤다. 즉 아이디어는 포기하거나 수정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키곤 했지만 기업 조직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기업을 특정 아이디어나 시장 기회를 위해 존재한다고 보지 않고 기업 그 자체를 위한 존재로 인식하고서 끈기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했으며 결국 특정 아이디어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 탄탄한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니 비전기업의 우수한 지도자들이 이뤄낸 가장 큰 성과는 기업 조직 그 자체다. 한두가지 뛰어난 아이디어나 전략이 아니다. 비전기업에서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가 계속 나오는 것은 뛰어난 조직을 갖췄기 때문이며 그 반대가 될 수 없다.
그러면 뛰어난 조직은 어떻게 일궈지는가. 비전기업들에서는 우선 일관된 기업 이념이 발견된다. 예를 들면 P&G는 다음과 같은 간단명료한 핵심가치를 반복해 전직원에게 강조한다. “만일 당신이 고객에게 봉사하고 있지 않거나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휴렛패커드의 창업자는 또 이런 연설을 즐겨했다. “이익추구가 기업의 중요한 존재 이유이긴 하지만 우리는 더 깊고 진정한 기업존재의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기업은 사회에 공헌한다. 우리 회사의 진정한 존재이유는 독특한 그 무엇인가를 사회에 제공함으로써 공헌하는 것이다.”
많은 비전기업들은 기업을 돈벌이 수단 이상의 존재로 생각했다. 이익이란 그들에게 산소처럼 필수적인 것이지만 이익이 목적 그 자체는 아니었다. 단순한 이윤추구를 넘어서서 그 무엇인가의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했다. 그리고 그들은 진심으로 그러한 가치를 믿었고 기업도 일관성 있게 그 믿음과 함께 살아갔다. 비전기업의 구성원에게는 ‘일확천금’의 꿈, 그 이상의 사회적 가치가 건실한 신념으로 밑받침돼 있었다는 것이다. 비전기업은 이러한 신념을 무슨 선언문으로 작성하지 않더라도 모든 가능한 경로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구성원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작은 이익을 탐해 신념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IBM의 전 CEO 톰 웟슨 2세의 말이다. “기업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든다면 신념에 대한 집착이다. 신념은 반드시 방침의 수립·시행·목적보다 앞에 있어야 한다. 방침은 어느 단계에서라도 기본적인 신념을 거스를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바꿔야 한다.”
비전기업들의 조직적 특징을 또 한가지 찾아보자면 카리스마가 있는 위대한 지도자가 전권을 휘두르는 기업이 아니라 인물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카리스마가 있어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카리스마가 없다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비전기업의 지도자들은 카리스마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많았으며 끈기라든가 난관극복의 의지라든가 겸손·온화·진지함·사려깊음 등 조직과 융화될 수 있는 다른 장점에 힘입어 조직을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었다.
비전기업의 CEO들은 대개 내부에서 충원됐다는 것도 재미 있는 사실이다. 비전기업들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동안 후계자를 목적의식적으로 준비함으로써 일관성 있는 지도력을 확보했다. 영입인사에 의해 주도될 것 같은 기업개혁도 내부에서 키워진 CEO에 의해 단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라곤 오로지 GE만을 다니다가 다른 몇 사람과 함께 차기 CEO 후보로 내정된 뒤 주요 업무를 맡아 능력을 검증받고 CEO에 선출돼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한 잭 웰치 회장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 역시 10년 전부터 후임자 물색 및 검증, 양성 작업에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한다.
결국 기업의 승패를 결정 짓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에서 어떻게 사람의 자발적 헌신과 창의적 노력을 극대화할 것인가가 이 책의 저자들이 천착한 주제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sindbad@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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