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코리아비전21` 뭘 담았나

 문화관광부가 25일 발표한 ‘콘텐츠코리아비전21’은 이제까지 분야별로 추진돼 온 문화산업 육성책을 디지털콘텐츠라는 매듭으로 새로 엮어 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화부 관계자가 “지난 99년 발표된 문화산업발전 5개년 계획 중에서 콘텐츠분야의 사업을 보완·발전시킨 실천계획”이라고 설명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콘텐츠코리아비전21’에는 새로운 사업계획이 없다. 하지만 모든 사업역량을 디지털콘텐츠(좀더 정확히 말하면 디지털 문화콘텐츠)에 맞추고 분야별 육성책을 통합함으로써 이전 계획과는 전혀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특히 올초 문화부는 코리아(e)뮤지엄이라는 문화콘텐츠 개발회사를 설립해 한국 전통문화재의 DB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콘텐츠 육성방안을 내놓았다가 이번에 이를 전면 수정해 새로운 계획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훨씬 산업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안을 내놓았다는 평가다.

 또 재원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문산기금·영화금고 등 문화부 관련예산이 전부이던 것과 달리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금 1000억원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 새롭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역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콘텐츠진흥원)의 설립이다. 문화부는 7월초 콘텐츠코리아비전21의 실질적인 집행기관으로 콘텐츠진흥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서울 목동 현대드림타워빌딩내 6700여평 규모의 공간에 설립될 콘텐츠진흥원은 이제까지 문화부가 운영해온 재단법인 형태의 기관과는 규모나 위상이 다르다. 우선 규모면에서 콘텐츠진흥원은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사업자금을 집행하게 돼 있다. 현재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운영중인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 성제환)가 연간 100억원이 채 안되는 예산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지원센터와 비슷한 기관 10개를 합쳐 놓은 것만큼 크다.

 또한 콘텐츠진흥원의 조직을 보면 산하에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 등 산업별로 지원센터를 두게 돼 있다. 이들 각 분야의 문화 산업은 문화부 내부의 조직체계상으로 ‘과’ 단위로 쪼개져 따로 관리되지만 콘텐츠진흥원은 이들 각 분야의 문화산업을 통합적으로 육성·지원한다는 점에서 문화산업국과 버금가는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언급됐던 디지털콘텐츠 관련법령의 재개정에 관한 방향이 뚜렷해진 것도 성과다. 올초 문화부는 디지털콘텐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별도의 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콘텐츠코리아비전21에는 그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문화부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문화콘텐츠진흥법으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입장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대신에 저작권법,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관한법률, 영화진흥법 등 산업별 관련법률을 디지털콘텐츠 시대에 맞게 개정하겠다는 것. 특히 이 과정에서 디지털영화, VOD, MOD, 디지털콘텐츠 투자자 보호 등의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적어도 법률체계상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둘러싼 정보통신부와의 주도권 싸움이 가닥을 잡은 것 같다.

 하지만 문화부의 이번 육성계획안은 이달초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 5개년 계획’과 겹치는 산업분야가 많아 향후 추진과정에서 중복투자와 마찰이 예상된다.

 문화부가 콘텐츠진흥원 산하에 별도의 센터를 두고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게임, 애니메이션, 전자책 등의 분야에서 정통부도 비슷한 사업계획을 마련해 두고 있다. 정통부가 디지털콘텐츠 육성을 위한 주무 부처로 낙점받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영화, 비디오,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출판, 방송, 광고 등 그동안 문화부가 관리해온 문화산업만큼은 절대로 내줄 수 없다는 인식이 ‘콘텐츠코리아비전21’ 계획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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