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 지상중계>주제발표:남북IT교류 현황과 활성화 방안

 ◆최성 청와대 정무비서실 국장

 북한은 정보산업을 ‘강성대국’ 건설과 21세기 경제발전을 좌우할 핵심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91년 이후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강화, 조기교육 실시 등의 지시를 수시로 해오고 있으며 지난 1월 방중 이후에는 “20세기가 기계산업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정보산업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한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IT분야 육성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를 쏟으면서 IT분야 육성만이 IMF 경제난국의 해소 이후 선진경제대국 진입의 첩경임을 인식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으로 하여금 ‘북한 IT산업의 육성을 통한 북한경제 발전전략’으로 전략적 수정을 유도해 현재 남북 IT협력이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기업은 2개 업체에 불과했으나 정상회담 이후 크게 증가해 현재 22개사가 협력사업을 진행중이다. 기가링크의 경우는 바세나르협약과 미국 상무성의 규제를 뛰어넘어 자체개발한 네트워크장비의 대북 반출 승인을 받음으로써 향후 통일한국을 대비해 가는 과정에서 대북 통신망 구축사업을 확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동안 남북 IT협력과정에서 몇가지 문제점과 한계도 드러났다.

 우선 남북관계 악화시 대북투자 및 남북 IT협력의 위험성을 담보할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개별기업차원의 협력과정에서 북한의 IT정보 및 정책적 방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의 부재도 문제다. 또 대북진출 IT업체간의 중복투자 및 과당경쟁이 우려되면서 이에 따른 효과적인 대북 IT협력시스템 정비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아울러 테러국에 대한 국제적 제재(바세나르협약 등)로 남북 IT협력에 구조적 제약이 따르고 있다.

 따라서 향후 남북 IT교류 활성화를 위해 몇가지 해결돼야 할 주요 과제들이 있다.

 첫째, 남북 IT교류 활성화를 통한 ‘21세기 통일한국의 IT 발전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세계 최고수준의 IT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주도성을 발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속에 북한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남북 IT교류를 통한 단번 도약전략’이 아일랜드나 인도처럼 성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남북간의 정보격차를 해소함은 물론 통일비용을 감소함으로써 향후 통일 IT강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현재 진행되는 남북관계의 답보상태에도 불구하고 초고속으로 발전하고 있는 남북 IT협력의 발전상황을 질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교류·협력의 제도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과 그 후속조처로서 ‘남북경협 추진위원회’를 통해 남북 IT발전의 구체적 방안을 남북한 당국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는 기업의 방북절차 및 방북승인기간의 간소화, 남북교류협력기금 또는 남북교류협력기금내에 대북정보화지원기금을 별도조성해 남북 IT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류협력의 활성화는 IT분야의 특성상 남북한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어야 하며, 특히 북한당국의 일관성있고 신뢰성있는 IT발전전략과 정책이 ‘북한식 개혁·개방’의 총체적 마스터플랜속에서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이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진지한 노력이 경주돼야 하며 과거 개혁과 개방을 ‘제국주의의 침투’라 비난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김정일 위원장의 신사고전략에 입각해 북한 나름의 개혁과 개방을 위한 가시적 조처들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넷째, 남북분단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감안할 때 남북 IT협력의 활성화는 남북경협 전반의 활성화, 나아가 남북관계 전반의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건은 북미관계의 개선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다. 현재 부시행정부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미관계의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북미관계의 개선은 현재 남북 IT활성화에 결정적인 제약이 되고 있는 바세나르협약과 미국의 수출관리규정에 의한 제약으로부터 북한이 자유로워지게 됨으로써 남북 IT발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것이 지체될 경우에 대비해 우리 정부는 전략물자반출제도를 최대한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남북 IT협력은 남북한 정부당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만, 이상의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도 남북 IT협력이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의 남북 IT교류가 진전돼야 한다.

 특히 대북 IT업체가 과당중복경쟁을 피하고 효과적인 대북 민간 IT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남북 IT 민간협력협의회’는 초기에 정부의 주도성이 어느정도 불가피하나 점진적으로 후견인적 차원에서 민간자율의 효율적인 네트워크로 발전될 수 있도록 민간참여의 폭과 깊이를 내실있게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여섯째, 남북 IT협력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거나 향후 진출할 의향을 갖고 있는 대북 IT협력업체는 당장의 경제적 이해에 급급하거나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후발기업일수록 경제적 이익에 급급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기 보다는 중장기적 사업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내실있는 성과를 마련해 가는 성공적인 남북 IT교류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IT 실태뿐만 아니라 북한사회의 특수성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 아무리 남북 IT사업이 ‘21세기 한민족 최대의 벤처산업’일지라도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남북 IT교류가 진행될 경우 장기적인 생명력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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