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이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국내업체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까지 이 분야의 기술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공급자보다는 소비자 노릇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같은 흐름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중국이 각종 규제완화조치와 기술개발 및 외국기업 유치 등에 나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규제를 완화하자 유수의 외국업체들이 중국으로의 반도체 생산시설 이전 및 신설 등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멀지 않아 중국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의 새로운 강국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에서 나름대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칫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강국의 위치를 중국한테 넘겨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패키지와 테스트 등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 이어 제2의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니 이 분야를 선도하는 한국기업들이 계속 강자로 군림하려면 서둘러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중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으나 지난 90년대 말부터 상황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20여개 반도체업체가 중국에 현지공장을 세웠고 디스플레이 분야 기초기술도 확보해 본격적인 자립기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패키지 생산규모는 지난해 13억달러를 넘었는데 매출액 1000만달러 이상인 업체가 14개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중국의 WTO 가입이 확정됨에 따라 거대시장을 겨냥한 다국적기업들의 중국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한국에 생산기지를 설립한 다국적 패키징업체들조차 한국내 생산라인 일부를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삼성SDI와 LG전자 등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도 채산성이 나빠진 브라운관 생산라인 일부를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2, 3년 안에 한국을 제치고 중국이 최대 패기지 생산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업체들은 여세를 몰아 브라운관(CRT)과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유기EL 등 첨단 디스플레이 사업에도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의 PC제조업체인 퉁팡은 하이닉스반도체의 TFT LCD사업부문을 인수키로 하고 막바지 지분조정에 나섰고 한때 중국의 일부 TV업체가 오리온전기의 PDP사업 인수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이런 중국의 급속한 발전에 대응하려면 기업의 구조개선과 각종 규제완화 및 기술개발 박차 등으로 우리만의 독자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첨단기술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강국의 위치를 유지해 나갈 수가 없다. 가뜩이나 수출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를 더 늘릴 수 있도록 각종 규제나 제한을 완화하고 선진 지원행정시스템을 구축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우리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주도권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국가경제 성장과 해당 기업발전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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