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넘어야할 산` 아직 많다>(2)증대되는 구조조정 압력

 바깥에서만 찾았던 하이닉스문제의 해법을 이제는 안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이닉스가 이번에 어렵사리 외자를 유치했으나 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IMF 사태 직후부터 외자유치에 나서 지난 98년 8월까지 13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한 바 있다. 물론 대부분 해외 자회사의 매각이나 현지상장을 통한 외자유치로 단 한번의 GDR 발행만으로 12억달러를 모은 이번 외자유치에 비하면 가치는 떨어지나 당시 국내 대기업들에는 자금위기 탈출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2년 뒤, 하이닉스반도체는 헤어나오기조차 힘든 자금난에 직면했다. 그것도 사상 최고라던 99년 말과 2000년 상반기의 D램 호황기를 지나면서 나온 유동성 위기라는 점에서 재계에 충격을 줬다. 물론 빅딜의 후유증과 그룹 관계사의 출혈지원에서 비롯된 것이나 이러한 사태가 올 것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경영진의 잘못도 크다.

 따라서 경영진이 이번 외자유치를 계기로 대대적인 내부혁신을 단행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올들의 하이닉스의 구조조정이 활발한 듯하다. 주력인 반도체만 남기고 거의 모든 사업을 떼냈다. 심지어 경영지원부문까지 별도 회사로 분리했다. 그렇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하이닉스는 여전히 옛 현대전자의 모습 그대로다.

 과도한 임원수만 해도 그렇다. 지난 99년 91명이던 이사 이상 임원이 지난해에는 되레 94명으로 늘어났다. 이 수치도 사외이사 7명을 제외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임원 1인당 직원수가 234명꼴로 삼성전자반도체총괄의 250명선에 비해 임원 비중이 높다.

 하이닉스는 올들어 반도체를 제외한 사업부문의 분사 등으로 직원은 물론 임원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임원수가 많으냐 적으냐는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분사 자체로 구조조정이 완료됐다는 하이닉스의 시각이 문제다.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민감한 문제라 뭐라 얘기하기 힘드나 우리는 호황에도 미래를 보고 인력수급을 비롯해 모든 사업구조를 다시 조정했는데 하이닉스

는 그리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예상보다 장기화한 64Mb D램 시장이 호황이었던 지난해 초반 시장의 단맛에 빠져 제품 생산구조 전환을 늦췄다. 그러다가 불황이 닥쳤고 부랴부랴 제품구조를 뜯어고치고 있으나 때를 놓쳤다. D램 시장 주력은 128Mb D램을 과도기로 256M D램과 램버스 D램, DDR SD램 등의 차세대 제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이닉스의 비메모리사업 육성전략도 핵심인력을 구성했던 구 LG출신 인력들의 유출로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기술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반도체 시장에서 하이닉스는 중대한 기회를 잃은 것이다. 이렇다보니 삼성전자는 빅딜이 이뤄질 때만 해도 세계 생산 1위에 오른 하이닉스에 잔뜩 긴장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걱정해주는 상황이다.

 하이닉스가 외풍에 시달리는 바람에 내부 살림을 돌볼 겨를이 없었겠지만 일단 단기 유동성 문제를 극복한 이상 서둘러 내부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날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것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혁명적인 발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하이닉스는 “박종섭 사장만 고군분투한다”라는 업계의 평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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