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의 에이티엘 인수는 식각장비 분야의 두 선두업체가 힘을 합친 시너지효과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인수 과정에서 나온 개운치 않은 일로 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극동뉴메릭이 지난해 3월에 신설한 에이티엘은 식각장비 개발에 주력해왔으며 경쟁관계인 주성보다 앞서 옥사이드 에처장비를 개발해 모 소자업체에 시험장비를 납품하는 등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특히 에이티엘은 오는 26일이면 주성과 경합 중인 옥사이드 에처 부문의 시스템 IC2010 평가가 나올 예정이다. 그런데 덜컥 주성에 인수됐다.
에이티엘이 최근 자금난을 겪은 것은 사실이나 기술력을 인정받고 막 수확을 거두려는 시점이다. 자금난 때문이라면 일부만 매각해도 되는데 김한기 회장이 보유지분을 통째로 넘겼고 그것도 액면가다.
그 이유는 베일에 싸여 있으나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하다.
모 소자업체의 임원은 몇 달 전부터 김한기 회장에게 에이티엘의 지분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요구를 한 이유와 제3자가 누구인지, 주성과는 무슨 관계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임원이 주성에 호의적인 인물이라는 평판만 나돌고 있다.
김 회장의 이번 지분 양도를 에이티엘의 임직원들도 임박해서야 알았다. 지분 매각이 성급하게 이뤄진 흔적이 역력하다.
이를 두고 에이티엘 안팎에선 김 회장이 지분 양도를 거절한 대가로 시달린 나머지 갑자기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추측했다.
이에 대해 에이티엘 측은 ‘자금난 때문’이라고 말할 뿐 배경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
업계는 반도체 장비산업의 경쟁력 향상 측면에서 주성의 에이티엘 인수 자체를 긍정적으로 본다. 그렇지만 이번 인수가 그동안 떠돈 소문과 어느 정도 상통하는 대목이 있어 이 같은 평가에 흠집을 내고 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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