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글로벌 파일(12)연방제 유럽을 꿈꾸는 독일

 게하르트 슈뢰더 독일 수상은 연방제 정부 구조를 시행함으로써 유럽연합의 구조를 재편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에 밝혀진 계획은 상원의회를 신설하고 하원의회에 힘을 실어주면서 유럽위원회를 유럽연합 정부의 분과로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미래를 놓고 현재 진행중인 논의는 특히 증가하는 회원국에 대한 사안이 주를 이룬다. 회원국들에 대해 많은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영국 정부는 주권의 상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독일과 2강 체제로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유럽연합이 확대되었을 경우 독일의 세력이 강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슈뢰더 정권이 작년부터 이 계획을 공식적으로 논의했지만 연방제 정부를 도입하자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7일 제안서를 공식화하면서 슈뢰더는 보다 민주적인 유럽연합을 건설할 뿐 아니라 사민당에 대한 독일내 지지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민당은 2002년 가을 총선을 대비한 당 정책으로 이 계획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인 기독 민주당은 유럽연합이 내부 정책 결정을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슈뢰더 수상의 계획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이다.

 그 계획은 독일 정부의 연방체제와 유사하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장관들로 구성된 각료 이사회가 상원의회가 되는 것이다. 회원국 선거구에서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유럽의회에서 유럽연합 예산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유럽위원회는 유럽 정부의 행정부로 변모하게 된다.

 슈뢰더 수상의 제안은 직접적으로는 유럽연합을 겨냥한 것이다. 새로운 유럽 연합의 구조는 예산에 대한 권한을 유럽위원회에서 이동시키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인 구조에 대한 책임을 유럽연합의 개별 회원국들에 위임하는 방식이다. 또한 야당인 기독 민주당의 반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슈뢰더 수상의 제안은 유럽연합의 농업정책에 관한 독일 농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이기도 하다. 농부들은 공동농업정책이 보조금 제한을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현재 공동농업정책은 800억달러에 달하는 유럽연합 예산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슈뢰더 수상은 예산 관련 업무를 유럽위원회의 비선임 회원국들로부터 유럽의회로 이양하자는 제안을 했다. 유럽위원회에서 유럽의회로의 권한이양은 독일 농부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할당을 가능케 하거나 적어도 경쟁자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삭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슈뢰더 수상은 유럽 회의론자 및 통합론자 사이의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토론의 쟁점은 통합 및 국가별 주권의 속도 및 수준에 관한 것이다. 영국은 유럽연합의 연방화를 우려하고 있는데, 유럽 합중국이 되면 영국의 주권이 약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주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영국은 유럽 공동 화폐인 유로화 사용 지역에서 탈퇴했다. 영국 법원은 또한 주권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영국의 한 식료품 가게 주인이 유럽연합 지정 미터법 대신 영국식 중량계를 사용해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지가 4월 10일자에 보도했다. 이 판결은 유럽연합이 국가의 주권을 파괴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우려를 강조하는 것이다. 프랑스 역시 주권에 대한 우려를 품고 있기는 하지만 유럽연합 내에서 독일의 압도적인 정치역량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이스2000 EU 정상 기간에 프랑스는 유럽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독일의 대규모 인구의 중요성을 감소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또한 확대된 유럽연합 내에서 독일의 경제적 독주를 우려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유럽 중심에 위치한 독일은 동유럽 및 유럽연합 후보국들에 대한 경제적·산업적 영향력을 훨씬 더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현재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의 산업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다. 독일이 연방제 조직에 대한 바람의 강도를 높이면 프랑스는 자국의 입지가 약화될 것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동유럽 및 유럽연합의 후보 국가들 또한 유럽연합 정부의 역할이 제한되기를 바라고 있다. 유럽연합 지지자들은 회원국 가입을 경제 및 사업을 발전시키는 기폭제로 보고 있다. 이전의 정치 블록에서 해방된 상황을 고려하면 민주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소비에트연합은 새롭게 발견된 국가의 정체성 및 주권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의 제안은 유럽연합 운영을 둘러싼 현재의 문제를 풀어낼 흥미로운 해결 방안이다. 슈뢰더 수상의 계획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국내 정치목적에 부합하는 주제임에는 틀림 없지만 연방제로의 변화는 수많은 철학적·기술적 문제들을 안고 있다.

 연방제로의 전환은 새로운 유럽연합 조약 및 회원국들의 비준을 필요로 한다. 격렬한 논쟁이 예상되는데, 국가의 주권을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몇몇 국가들은 탈퇴할 수도 있다. 유럽은 유럽연합 정부의 체제를 개선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독일의 연방제 계획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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