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초전도체` 기술을 잡아라

꿈의 기술로 알려진 상온 초전도체 기술은 과연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까.

 초고속 자기부상 열차나 손실 없이 전기를 수송하는 전력선 등과 같은 혁신적인 응용이 예상되던 상온 초전도체 기술이 발견된 지 벌써 1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상온초전도체에 대한 연구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물리학자들이 상온 초전도체의 윈리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설명을 내놓고 있지 못한 가운데에서도 이동전화 기지국용 필터, 전력선, 전기 모터 등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드는 등 응용 분야만큼은 이미 꽃피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가장 상용화가 진척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이동전화 기지국에 사용되는 주파수 필터. 상온 초전도체 필터는 라디오 신호와 개별 전화 신호를 분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필터는 전기적 저항 때문에 수신한 신호의 일부분이 손실되는 기존 필터의 단점을 없애주는 것은 물론 기지국과 휴대전화 단말기가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거리를 넓혀주고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통화수도 늘려주는 장점도 갖췄다. 현재 컨덕투스와 슈퍼컨덕터테크놀로지스가 상온 초전도체 필터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미 전세계적으로 700개 이상의 기지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는 디트로이트 초전도체 케이블 포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아메리칸슈퍼컨덕터의 CEO인 그레그 유렉 박사는 “우리는 상온 초전도체의 물리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의 상온 초전도체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온 초전도체는 주파수 필터 이외에도 전력선, 전기 모터 등으로 응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달 디트로이트 변전소는 상온 초전도체 케이블을 포설하기 위해 지하배관에서 9개의 기존 구리 케이블을 끌어냈다. 디트로이트 변전소가 이번에 포설하는 새 케이블은 250파운드의 초전도체를 포함하고 있어 아직 기존 1만8000파운드의 구리 케이블처럼 많은 전류를 흘려 보낼 수는 없지만 같은 양의 구리 케이블과 비교해 전력 수송량을 3배 이상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상온 초전도체는 전력 수송량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배관을 위해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굴착에 나설 필요없이 기존 구리 케이블 배관을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상용화의 이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트로이트 프로젝트는 앞으로 1만4000 고객을 대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본격 서비스에 앞서 몇년간의 실험을 거치게 된다.

 이번 디트로이트 변전소 프로젝트에 납품할 상온 초전도체 케이블용 와이어는 아메리칸슈퍼컨덕터에서 제작하고 있으며 여기서 생산된 와이어와 전력선의 결합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피렐리케이블&시스템스가 맡는다.

 아메리칸슈퍼컨덕터는 현재 연간 300마일의 초전도체 와이어를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 연간 6000마일의 와이어를 만들 계획이다.

 또 이 회사는 미 해군이 이번 여름까지 건조하는 5000마력의 선박에 사용될 전기모터 프로토타입에 쓰일 상온 초전도체 코일을 납품한다. 이 모터는 초전도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위 무게와 크기당 전력용량이 높아 기존 모터에 비해 크기

와 무게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메리칸슈퍼컨덕터측은 앞으로 수년내에 케이블과 전기모터용 초전도체 와이어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에너지부가 1390만달러 규모의 디트로이트 프로젝트에 일부 기금을 지원하는 등 상온 초전도체 전력선 연구를 적극 권장하고 있어 앞으로 이 분야의 기술 발전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디트로이트 프로젝트는 여러가지 기술적인 난관 때문에 앞으로 순탄한 길을 걷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0년대 브룩헤븐국립연구소는 니오븀-주석을 이용해 430피트 길이의 2개 저온 초전도체 전력선을 만들었던 바 있다. 이 전력선은 대도시에 전기를 공급할 만큼 전력 수송량은 많았지만 수송과정에서 교류전류가 자장을 밀어내는 현상으로 수송 효율이 떨어져 실패했었다.

 일렉트릭파워리서치인스티튜트의 파울 그랜트 박사는 “프룩헤븐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재앙이었다”며 “디트로이트 프로젝트는 전력 손실을 없애려면 교류대신 직류를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의 전력 하부구조를 새롭게 할 기회”라며 “낮은 가격으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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