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피플>생명硏 한용만 박사

 

 지난 77년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태어난 복제양 ‘돌리’는 99.8%의 실패율을 딛고 0.2%의 성공률로 태어났다. 왜 포유동물의 복제 생산 성공률이 낮은 것일까.

 이에대한 명쾌한 해답을 최근 생명공학연구원 한용만 박사(45)가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포유동물은 세포가 분열할 때 게놈의 특정 염기서열에 메틸기라는 화학적인 꼬리표가 각인되어 나타나는데 정상적인 수정란에서는 이러한 메틸기가 없어지면서 분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복제 수정란에서는 메틸기가 게놈상에 그대로 남아있어 수정란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비율이 낮다. 이를 한 박사가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

 한 박사는 이 사실을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 제네틱스’ 6월호에 게재, 연구결과를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개가를 올렸다.

 “현상적인 부분은 밝혔지만 원인 규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복제동물의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 연구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한 박사의 향후 연구목표다.

 한 박사는 지난 86년 생명연에 들어가 수정란을 반으로 잘라 배양하고 이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일란성 쌍둥이(쌍자)를 생산, 가축개량의 초석을 닦았다. 88년에는 사람의 성장 호르몬을 발현하는 형질전환 생쥐인 슈퍼 마우스를 국내 처음 탄생시켜 국내의 동물형질 전환 기반기술을 확립했다.

 이후 과학기술부의 선도기술개발사업(G7)으로 96년 인체 락토페린을 생산하는 형질전환 젖소인 보람이를 개발하는 주역에 끼게 됐다. 이것이 이번 연구의 결과로 귀결됐다.

 “세계적으로 손을 못대고 있던 일을 우리 연구원들이 해냈습니다. 정보가 새어나가 남들이 먼저 할까봐 쉬쉬하며 가슴졸인 지난 1년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두근거립니다.”

 이번 한 박사의 연구결과는 복제동물의 리프로그래밍 관련 연구분야에 있어 영국의 로슬린연구소나 미국의 여러 대학 및 관련 연구소, 일본, 호주 등 복제기술의 선두그룹을 따돌리고 국제적인 우위를 선점한 쾌거로 평가되고 있다.

 한 박사가 이번 연구에 나서게 된 동기는 인체 락토페린 대량생산용 형질전환 복제젖소를 개발할 목적으로 인체 락토페린 유전자가 도입된 체세포를 핵치환해 생산된 46개 배반포기 수정란을 25마리의 대리모에 이식한 결과 오직 2마리의 대리모만 임신했고 그나마 모두 사산되는 등 연구수행에 차질을 빚은 때문이다.

 이번 연구결과로 대어는 건졌지만 한 박사는 요즘 논란을 빚고 있는 생명윤리법 때문에 그동안 해온 연구가 여기서 멈춰지지나 않을까 고민이 많다.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진행할 배아 간세포 연구도 생명윤리법안에 저촉된다”며 “만약 생명윤리법이 시행되면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한 박사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체세포 복제기술이 세계 인류의 발전을 위해 요긴하게 쓰여지길 바랍니다.”

 한 박사의 유일한 소망이다.

 

 <약력> △84년 건국대 축산학과 석사 △86년∼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근무 △9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과학과 분자생물학 박사 △98년 미국 미주리대 박사후 연수과정 이수 △99년∼현재 충남대 동물자원학부 겸임교수

 <논문> △염색체 분석법에 의한 생쥐 수정란의 성판별 △형질전환 동물의 생산과 PCR방법을 이용한 도입형질 및 성별확인에 관한 연구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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