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필립스코리아가 기증한 광화문의 환경조명 설비
소니가 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지도 올해로 11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소니라는 브랜드는 알게 모르게 국내 소비자에게 스며들어 첨단 가전업체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한가지 의문은 어떻게 일본기업인 소니가 교과서문제로 대일감정이 좋지 않은 지금도 높은 인지도와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소니는 판매 중심의 TV광고와 대형 입간판 대신 한차원 높은 소위 ‘문화마케팅’을 통해 소니의 디지털제품이미지를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심어왔다.
‘문화마케팅’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넓다. 문화재단을 비롯해 작게는 전시회, 이벤트, 월드컵 같은 큰 행사의 후원까지 회사의 이미지와 잘 맞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이면 모두 포함된다.
◇문화마케팅은 생존전략=낯선 땅에서 시장을 확보해야 하는 수입가전업계의 문화마케팅은 생존을 위한 필수코스다. 열악한 AS와 낮은 인지도로 현지 업체와 맞붙는 것은 곧 실패를 의미한다. 소니·JVC·필립스 등의 업체들이 기술력을 갖추고도 조심스럽게 우리의 이웃을 살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일본기업의 경우 한국의 국민성을 무시할 수가 없다. 최근 국내에 법인을 설립한 JVC나 파나소닉의 경우 시장확대에 주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마케팅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최근 교과서 왜곡문제와 같은 난관에 부딪힐 때 일본업계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문화마케팅으로 국민의 감정을 건들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기업의 좋은 이미지를 알릴 수 있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낯선 곳에서 토착경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먼저 그 나라의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다음 판매에 목적을 둔 마케팅이 순서다.
◇문화마케팅 방법=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것이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이다.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이 이용되는 이유로는 독특한 광고노출 효과, 소비자들의 높은 광고 수용성, 공익추구의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기업이미지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립스는 국내 스포츠활동 후원업체로 유명하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올림픽선수단 단장으로 국내 선수단을 위한 지원활동을 펼쳤다. 비교적 늦게 국내시장에 뛰어든 JVC코리아는 월드컵을 이용하고 있다. JVC코리아는 지난 2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한일교류 페스티벌’ 행사장 내에 길이 15m 높이 3m의 초대형 멀티비전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또 PPL(Product Placement) 마케팅도 효과적이다.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 자기회사 제품을 삽입해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이다. 그동안 자동차나 패션소품 위주로 이뤄지던 PPL마케팅이 최근 젊은 구매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구매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니와 JVC 등 수입가전업체들이 주말 연속극과 일일연속극에 오디오, 비디오 제품을 협찬하고 있다.
환경보호운동이나 장애인 돕기와 같은 사회봉사활동도 활발하다. 소니코리아는 1년에 4회 정도를 자원봉사의 날로 선정, 그룹 전체의 임직원들이 참여해 지체부자유자들의 나들이를 돕고 다음달에는 대한체육회와 공동으로 한국의 물을 사랑하자는 캠페인도 추진한다.
이벤트를 이용한 마케팅은 대중화된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통용되는 기법이다. 행사를 통해 회사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시음회, 메이크업 대회, 미인대회, 바자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 현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는 마케팅도 빈번히 사용된다. 필립스코리아는 동대문, 광화문, 첨성대, 이순신 장군 동상의 환경조명을 디자인하고 3억5000만원 상당의 조명설비일체를 기증했으며 샤프코리아도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효과는 크다=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세계 여자주니어 월드컵 하키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 여자 국가대표팀이 우승했을 때 필립스라는 브랜드는 대표선수 옆에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대표선수단을 후원하는 필립스가 자연스럽게 인지되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마케팅은 단순히 행사를 후원하거나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업체와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PPL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 JVC는 드라마의 주인공 방에 JVC 신형 오디오를 선보이자 예상대로 젊은 고객층으로부터의 구매가 대폭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이테크 기업일수록 자사의 기업 이미지에 맞춘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침으로써 예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최근 월드컵을 일년 앞두고 업계가 서둘러 후원사임을 자처하고 나서고 있다. 업계는 이를 통해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을 측정하기는 힘들지만 잠정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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