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진 꼴랄라 사장
사진은 추억을 위한 것이다. 행복하고 즐거운 바로 그 느낌을 세월이 지난 후에도 맛보기 위한 것이고 자리를 함께할 수 없던 이들에게 행복의 느낌을 전하기 위한 것이 바로 사진이다.
사진은 누구나 찍고, 누구나 같이 공유하며, 누구나 그 순간을 음미한다. 다시 말해 사진은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것일 수 있다. 영원할 수 없는 순간을 영원히 간직해 주는 마술처럼 말이다.
이렇게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진이 지금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서 있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디지털로의 전환이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업종에 비해 어쩌면 조금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사진을 스캔하는 디지털화가 아닌 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상상 이상의 변화를 맞고 있다.
필름 가격의 부담에서 해방된 소비자들은 디지털로의 전환과 동시에 약 4배에서 5배 정도의 사진을 더 촬영하고 있다. 모든 이미지가 디지털화돼 편집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 원하는 사진만 인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대부분의 사진을 인화하고 싶어한다.
사진의 공유도 훨씬 더 수월해졌다. 혹자는 사진의 디지털화는 사진 인화의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거에 우리는 종이 없는 사무실을 기대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사무실은 넘쳐나는 인쇄물로 고역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사진 시장의 대규모 확대를 의미한다.
그동안 디지털 이미지의 출력은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수월하지 않았다. 이른바 사진전용 인화지라는 습식인화지를 사용하는 잉크젯 프린터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해상도와 오랜 출력시간, 그리고 고가의 인화지와 잉크로 인해 사진 출력을 어렵게 한다. 디지털로의 전환을 어렵게 하는 제일 큰 장애요인이었다. 카메라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출력 부분을 포기해야만 하는 시기였다.
지난해 가을부터 생기기 시작한 이미지 출력업체들은 일반 인화지와 동일한 은염인화지를 사용해 고화질의 저렴한 출력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업체들과 더불어 디지털 카메라는 서서히 아날로그 카메라를 대체해가기 시작했다. 고해상도
카메라의 급격한 가격하락은 이런 시장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기존의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 사진을 찾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주문한 후 우편을 통해 사진을 받는 방식은 저렴한 비용으로 인해 현재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또 탁월한 품질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현재 대부분의 동네 사진관은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먼지와 시시각각 산화되는 현상액과 인화액 사이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필름에 붙은 작은 먼지는 인화된 사진에서는 커다랗고 보기 싫은 실선으로 나타나고 과도하게 산화된 인화액은 정확한 색감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동안 우리 소비자들은 이런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참아왔다. 마치 우리가 조악한 품질의 자동차를 ‘차는 고치면서 타는 거야’라며 참고 타듯이 말이다.
우리 소비자들도 21세기에는 보다 선명하고 밝은 컬러의 사진을 누릴 자격이 있지 않을까. 굳이 서울 시내 몇몇 대형 현상소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최상의 서비스를 최저 가격으로 누릴 권리는 소비자의 기본권이 아닐까 싶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온도 조절시스템에서의 현상과 티끌 하나 없는 선명한 인화 품질을 자랑하는 대규모의 사진관을 우리 모두가 인터넷에서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단 한번의 경험이 당신을 영원히 붙잡을 것이다.
kwonjin@idea-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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