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대학 기술인력의 양성

◆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 교수

 기술주도 사회에서 인력개발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력을 나타내며 유능한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환경의 개선이나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

 먼저 대학은 인력양성의 단순한 집합소가 아니라 장인정신을 갖춘 기술인력 배출의 실질적인 기반이 되어야 한다. 단지 수년간의 학문적인 간접경험만을 통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또는 몇 과정의 평가를 통해 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고 그 분야에서 기술전문가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재고되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전문기술자들은 그 전공 분야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가지고 수십년간을 이론과 실무에 종사하여야만 양성될 수 있다.

 두번째는 대학 입시생들이 대학을 선호하는 기준이 해당 대학의 학과별 전공특성보다는 현 재학생들이 입학시에 치렀던 수능 및 내신성적의 결과에 따른다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대학들에는 수능이나 내신 성적순으로 학생들이 배치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별로 특성화되고 지역별 여건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개발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모든 대학이 획일적인 교과과정을 적용하지 말고 그 사회와 그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여 양성함으로써 지역적으로 특성화된 교육과정이 모여서 국가경쟁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세번째는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에는 명칭이 유사한 학과가 많이 있으며 이들 학과에서 개설하고 있는 교과목의 명칭이나 내용이 아주 비슷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학과가 유사하면 대학 명칭과 수학한 학교의 위치만 다를 뿐이고 이들 학과의 교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은 입학시의 성적에 의해서만 능력을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학이 처한 지역특성·교육환경·자체의 교육목표 등에 적합하도록 개설 학과나 교과과정에서부터 특색을 갖추어서 교육해야만 한다.

 특히 대학내에 벤처창업을 육성하고 산학이 연계된 교과과정을 대학에서 교육하게 되면 학생들도 자기 진로나 전공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산업체에 진출하였을 때에 대비한 여러 가지 학문적인 준비를 교육과정 이수중에 경험할 수 있게 되어 학교에서는 바람직한 학풍이 조성되고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의 시간적 낭비를 막을 수 있게 된다.

 네번째로 대학교육의 목표를 학문단계의 중간과정으로 보는 데 문제가 있다. 대학이 학과나 교과과정을 특성화 또는 전문화하여야만 대외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늘날의 대학들은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에는 세부 전공을 대학원 과정에서만 이수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학점 전공제를 주로 채택하고 있다.

 물론 최소학점 전공제가 대학의 재정난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고 대학원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되는 과정이지만 모든 대학들이 대학원 중심제로의 기술교육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섯번째로 대부분의 대학재정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대학재정이 등록금에 의존하게 되면 시설 및 설비·교수확보·행정지원 등이 재학생수에 대부분 비례하게 됨으로써 적절한 기술교육의 환경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물가에 비례하는 등록금 인상을 초래하게 되어 피교육자의 경제적인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기술교육에서의 균등한 기회제공이 어려워지게 된다.

 재정 마련에 있어 대학의 운영자들은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기보다는 재단 전입금의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계의 유명 대학들은 재단전입금의 대부분을 산학의 긴밀한 협동체제에서 얻어지는 주식의 지분이나 기술사용료 등을 통하여 마련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학은 산업과 연계된 실용적인 학문 개발에 힘쓰게 되고 이의 결실을 통해 재단의 전입금을 늘려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여섯번째로 대학재정이 국가의 정책지원금에 의존해서는 유능한 기술인력을 개발해 나갈 수 없다. 정부는 특정 정책을 앞세워서 그 뜻에 동의하는 대학에 대해서만 자금지원을 해주고 있다. 자금지원이 있는 기술 분야들에 대해 모든 대학들이 특성화하겠다는 것은 그냥 외형적으로만 기술교육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학은 교육과정에서부터 그 환경이나 특성에 적합하도록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장인정신을 갖춘 기술인력을 배출하면서 산학연의 역할분담을 통해 재정을 확보하여야만 국가경쟁력 있는 기술인력이 양성될 수 있을 것이다.

 mjbae@saint.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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