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업체 시에라온라인(대표 토머스 헤린퀴스트 http://www.sierra.com)이 세계적인 게임배급사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 과도한 사업확장으로 퇴출 위기까지 내몰렸던 이 회사는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열린 경영으로 불과 5년만에 다시 세계일류 게임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에라의 재기는 과감한 인수합병과 중소개발사의 우수한 작품을 선별, 월드베스트로 키워내는 앞선 ‘인큐베이팅’ 기술에서 비롯됐다.
영화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으로 잘 알려진 시애틀.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30분 가량 달리다 보면 벨뷰라는 소도시를 만난다. 사방으로 둘러싼 푸른 숲이 인상적인 이 도시의 중심에 시에라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시에라는 본사 이외에 워싱턴, 캘리포니아 등 미국내 5개 지사를 갖고 있다.
시에라는 지난 99년 매출 222억달러(2800억원)를 달성하며 ‘매머드급’ 게임업체로 급성장했다. 이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SW시장 점유율 12%에 해당하는 수치다. 90년대 중반 시장점유율이 1%였던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시에라 직원들에게 지난 98∼99년은 잊을 수 없는 시기다.
액션게임의 대명사 ‘하프라이프’가 예상외의 ‘대박’을 터뜨리며 부도 직전에 내몰린 회사를 살려냈기 때문이다.
하프라이프는 98년 각종 게임박람회에서 상이란 상은 모조리 힙쓸어 버린 데 이어 출시와 함께 전세계에 200만장이나 팔리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또 후속작인 ‘어포징포스’ ‘카운터스트라이크’ 등을 합쳐 하프라이프 시리즈는 현재까지 약 350만장이 팔리는 ‘불후의 명작’이 됐다. 이제 시에라는 미국 액션 게임시장의 25%를 점유하는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같은 성공은 과감한 프로젝트 투자로 대변되는 시에라만의 빛나는 ‘인큐베이팅’ 노하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실제 시에라의 간판이 된 하프라이프는 시에라의 서드파티에 해당하는 밸브소프트의 작품이다.
지난 79년 온라인시스템(켄 윌리엄스·로베타 윌리엄스 공동 설립)으로 출범한 시에라의 20년사는 인수합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에라는 90년 게임개발사 다이내믹스를 처음 인수한 것을 비롯, 파피루스·버클리시스템 등 미국내 주요 게임개발사 5개를 인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반대로 지난 99년에는 시에라 자체가 세계 최대 게임유통사인 비방디유니버설인터액티브(당시 하바스)에 합병되는 과정을 겪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게임 유통 노하우와 풍부한 마케팅 자금을 활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시에라는 인수합병 이외에도 프로젝트 투자를 통한 서드파티 확보에도 열성적이다. 때문에 밸브소프트·제우스·클릭엔터테인먼트·기어박스 등 유망한 개발사 10여개가 시에라의 울타리속에서 ‘월드베스트’의 꿈을 키우고 있다.
게임배급사로는 드물게 무려 350개에 달하는 타이틀의 판권을 보유하게 된 것도 과감한 ‘인큐베이팅’이 낳은 산물이다.
시에라의 인큐베이팅 노하우는 단지 자금을 투자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투자대상을 선별하는 것은 기본이고 프로젝트마다 전문 ‘브랜드 매니저’를 지정, 하나의 프로젝트가 개발되고 유통되기까지 ‘맨투맨’방식으로 관리하는 치밀성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금과 인력을 적시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시에라 인큐베이팅의 특징이다. 이같은 사례는 그동안 취약했던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롤플레잉 게임 개발과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시에라는 최근 출시를 앞두고 있는 3D전략게임 ‘엠파이어 어스’를 개발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핵심 개발자인 릭 굿맨을 전격 영입했다.
또 롤플레잉 게임의 경우 ‘디아블로’의 핵심 개발자들이 설립한 벤처기업인 클릭엔터테인먼트를 서드파티로 영입,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에라는 액션게임뿐 아니라 전략, 롤플레잉, 레이싱, 스포츠 등 게임장르 전반에 걸쳐 월드베스트를 양산하겠다는 야심을 이뤄가고 있다.
시에라의 올 출시예정작은 전략게임 ‘엠파이어 어스’를 비롯, 롤플레잉 게임 ‘아캐넘’, 도박게임 ‘홀리 카지노’, 레이싱게임 ‘나스카 레이싱’ 등 10여종. 다양한 라인업으로 전세계를 공략하겠다는 최근의 마케팅 기조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시에라는 이를 통해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국 게이머가 선호하는 ‘아캐넘’ ‘스론 오브 다크니스’ 등과 같은 롤플레잉 게임이나 ‘엠파이어 어스’와 같은 전략게임을 그 선봉에 세울 방침이다.
시에라의 목표는 월드베스트다. 액션게임에서 얻은 명성을 전략 및 롤플레잉 게임에서도 떨치겠다는 포부다.
과감한 프로젝트 투자로 게임 메이저로 발돋움하는 시에라. 그들의 메시지는 ‘주변의 역량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시에라 개요
설립=1979년
업종=게임배급
CEO=토머스 헤린퀴스트
주요계열사=다이내믹스, 브라이트스타, 파피루스, 버클리시스템
종업원수=500명
1999년 매출=222억달러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