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아 지역에서 국산 메모리 제품의 모조품이 일부 나돌아 국내 메모리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인도·홍콩·영국 등지에서 자사의 128M(PC133) SD램 모듈을 모조한 제품을 발견, 제조 및 유통경로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하이닉스가 이번에 적발한 모조품은 다른 회사의 단품과 모듈에 자사의 제품 고유번호를 새겨넣은(마킹한) 것으로 외관상 진품과 비슷하나 마킹 상태가 조잡한 것이 다르다.
D램업체들은 재마킹이 쉬운 잉크마킹 대신 레이저마킹을 쓰고 있어 모조가 불가능한데 이번에 하이닉스가 찾아낸 모조품은 아예 번호를 새기지 않은 제품에 직접 마킹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레이저마킹 장비나 모듈 공정기술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모조품을 만들 수 없어 동남아지역의 반도체 패키징업체나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이 조직적으로 모조품 제조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모조품이 상당물량 나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D램업체들로서는 제품판매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와 별개로 직접 마킹하려면 웨이퍼 상태의 칩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D램업체와 모조업자간의 결탁에 따른 유출 가능성도 대두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주요 D램업체들은 철저한 제품유출 감시로 내부자에 의한 제품 빼돌리기는 불가능하며 아마도 가격하락으로 일부 D램업체가 급전을 확보하기 위해 웨이퍼 상태로 현물시장에 내놓은 물량을 모조업체들이 값싸게 가져다가 모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제품을 모조한 제품이 동남아시장에서 저가로 거래돼 우리가 현물시장에서 저가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는 오해까지 받았다”면서 “영업부서를 비롯한 회사 전체가 적극 대처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인터넷 및 광고 등을 통해 모조품에 속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는 젖혀두고 하이닉스의 모조품만 발견된 데 대해 이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다른 회사의 모조품도 발견했다”고 말해 모조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통상 웨이퍼 상태로는 25장이 한묶음으로 유통돼 모조업체들은 한상자만 확보해도 마진을 1달러로만 잡아도 1만달러 상당의 마진을 취할 수 있다.
최근 가격하락으로 웨이퍼 상태의 칩 유통물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모조품 제조에 대한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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