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글로벌 파일(9)제임스 제퍼스 의원 공화 탈당 파장

 공화당의 제임스 제퍼스 상원의원이 공화당을 떠나면서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미 정계의 지진이니, 정치 판도가 바뀌었느니 아우성이다. 그러나 ‘짐(제임스) 파동’의 여파는 이보다 훨씬 크다. 상원 지배권을 빼앗긴 공화당은 초상집 정도가 아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성공한 혁명이다. 상원 위원회 위원장들은 이제 민주당 의원으로 갈릴 참이다.

 우선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으로 클린턴의 대북한 포용정책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던 미 외교정책의 거목 제시 헬름스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 대북 포용정책 지지자인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의 시대가 개시된다.

 상원 군사위원회도 존 워너 위원장 대신 민주당의 칼 레빈이 들어앉고 무엇보다도 법사위원회의 오린 해치 위원장이 물러나니 공화당으로서는 그저 허탈할 뿐이다. 부시 행정부는 아직 정부 고위직 인사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부시가 지명한 인사들은 이제 민주당이 칼자루를 잡은 상원 인사 청문회에서 곤혹을 치를 것이 뻔하다. 아예 지명자가 갈릴 수도 있다. 클린턴 행정부 때 국무부 고위직과 대사 지명자들을 상대로 제시 헬름스 외교위원장이 큰소리를 쳤던 상황이 이제는 뒤집힐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화당의 상원은 돌풍 앞의 촛불이었다. 제시 헬름스 의원의 건강 문제, 고령인 서먼트 의원에 대한 사임압력 등 언제 상원의 의석수가 줄어들지 모르는 형국이었다. 제퍼스 의원의 탈당 말고도 존 매케인 의원의 민주당 합류 가능성도 공화당으로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공화당 상원 사령탑인 트렌트 로트 의원은 가시 방석에 앉았다. 진작부터 제퍼스 의원의 공화당 탈당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고압적인 밀어붙이기로 일관했으니 이렇게 된 마당에 손가락질을 피할 길이 없다. 백악관 참모들도 쥐구멍을 찾기는 마찬가지다. 정치력 부족이고, 자만이 주 원인이다.

 5월 24일자 ‘뉴욕타임스’ 사설은 “제퍼스 의원은 40년대 로널드 레이건이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꿨을 때의 심정인 것 같다. 당시 레이건은 자신이 민주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자신을 떠나보냈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보 때 온건파로 행동해 놓고서는 보수파로 돌아섰다.” 제퍼스 의원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내내 부시와 부닥쳤다. 특히 사회 문제에서 부시 정권의 강한 보수색채와 자신의 정치 신념이 맞지 않았다. 교육·환경·보건문제 등 한마디로 가난한 자들을 위한 정책 입안이 그의 주 특기였다. 94년 클린턴 대통령이 보건 제도안을 내놓았을 때 공화당에서는 유일하게 클린턴을 지지한 사람이 제퍼스 의원이었다. 올해 초 부시 대통령이 1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감세안을 내놓았을 때 그는 눈치를 보기는커녕 대놓고 그 안은 지지하지 못하겠다고 나서서 부시를 성나게 만들었고 한술 더 떠 연방 교육비를 증액하라고 대들기까지 했다.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의 그에 대한 눈초리가 고울 리 없었다. 저러다 당하

지 하는 귀엣말들이 당내에서 돌아다녔다. 버몬트주 출신 교사들의 백악관 표창식이 있었는데도 백악관은 그를 초청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제퍼스 의원의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의 교육비 증액 요구도 부시에 의해 묵살당하면서 그는 졸지에 조롱감이 돼버렸다. 교육 문제에 관한 한 공화당 내에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였고 존경받는 고참 의원이었다.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 환경이야말로 제퍼스 의원의 부전공이었고 출신 지역구인 버몬트주의 주요 쟁점이 또한 이 환경이었다. 환경 문제에서도 그는 부시와 체니에게 경멸을 당했던 것이다.

 공화당 온건파인 그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겸손하고 강단이 있다. 더구나 그는 동부 출신 공화당 의원의 ‘마지막 양심’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출신 선거구인 버몬트주에서도 신망이 높다. 한 언론인은 그를 이렇게 평한다. “남들 앞에 서기 좋아하는 다른 정치인들과는 사람 자체가 다르다. 자기 절제를 할 줄 알고 공화당 지도부처럼 자기중심적이거나 자만하는 기색이 없다. 이런 사람들

하고는 더 이상 일을 못하겠다는 판단도 탈당의 한 이유가 됐을 것이다.”

 제퍼스 의원의 공화당 이탈은 역사적으로 형성돼왔던 미 공화당 내 온건파 인맥의 목소리를 다시 들려주는 계기도 됐다. 공화당 내의 소외파인 이 진보 진영의 대부분은 서부의 농민 이익을 대변하던 사람들이다. 오늘날 공화당 내의 온건파들은 대부분 미 동북부와 중서부 출신이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학교·환경·보건 및 기타 중요한 사회 현안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신장이나 환경, 교육 문제 등 사회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공화당 근본주의의 이념이 퇴색됐다는 것이 이들의 한탄이었다. 어쨌든 제퍼스 의원의 공화당 탈당이 백악관에 큰 교훈을 준 것은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자기 도취적인 정책 밀어붙이기에 쐐기를 박았다. 공화당은 소를 잃었다. 외양간 고칠 일이 남았다. 고치기만 한다면 내년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교훈을 배운 값 치고는 그 대가가 너무 크다. 의회 정치로 끌고 나가

는 미 정치판에서 상원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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