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硏 「경제난국타개」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번 보고서는 기업 환경의 개선을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고 이를 토대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제언의 성격이 짙다. 이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한 해법으로 두가지를 제시했다. ‘기업 활력찾기’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가 그것이다.

 먼저 기업의 활력찾기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위기극복의 일환으로 추진한 기업구조조정이 오히려 기업의 사기를 죽이고 기업환경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과 맥을 같이해 주목된다. 또 현재의 경제난국을 돌파하는 해법으로 부각시킨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는 현재의 기업활력 회복의 지연은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은 물론 시장경제체제에 철저하지 못한 기업 스스로도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양쪽으로 돌리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선진 각국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구축을 위한 노력을 본받고 법·질서가 통하는 풍토 조성, 기업관련 규제완화 및 기업 스스로의 경영 내실화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경제의 현주소에 대한 진단은 되새겨 볼 만하다. 먼저 수출은 2개월 연속 감소하고 설비투자 역시 저조한 상태고 금융시장이 외부충격에 과잉 반응하고 있으며 현대 계열사 등 기업의 부실처리도 난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 경기가 횡보를 계속하는 가운데 경제회복의 처방을 둘러싼 정부의 규제지속 입장과 재계의 규제완화 요구가 맞서고 있다. 그 동안 정부의 규제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심규제는 다수 잔존해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포브스의 나라별 기업 여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25개국 가운데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보다도 못한 18위에 그쳤다. 포브스는 우리나라의 창업비용이 1인당 GDP의 15.6%, 창업소요 기간은 46일, 자본접근의 용이도 17위 등으로 영국의 창업비용 1인당 GDP의 0.6%, 호주의 창업기간 3일에 비해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케이토연구소는 우리나라의 경제자유도를 123개국 중 43위로 평가했다.

 이번 조사를 진두지휘한 전영재 수석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경제난국 타개의 해법을 살펴본다.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상 경제주체별 ‘사회통합’이 어려운 현실이다. 이의 실현을 위한 당면 과제는.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과거 70∼80년대는 잘 살아보자는 하나된 마음으로 기업과 사회가 일정거리의 신뢰를 구축했다. 그러나 현재는 기업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특히 IMF 이후 이러한 위화감이 극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의 기본인 경제활동을 통한 수익창출을 보다 투명하게 하고 사회는 이에 대한 성원과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를 통해 잃었던 신뢰감을 되찾아야 한다. 사회통합은 이러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자연히 실현된다.

 ―재계가 주장하는 대기업 출자총액제한과 30대 기업집단 폐지는 과연 필요한가.

 ▲30대 기업집단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규제하지는 않는다. 특히 현실적으로 재계 1위에서 30위까지의 기업 격차가 크기 때문에 단지 30대 안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인 규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라별 기업여건에 있어 우리나라가 아시아 각국보다 낮게 평가된 원인은.

 ▲기본적으로 제도틀과 규제의 운영 면에서 미흡하다. 미국,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 기업여건이 우수한 각 나라에서도 나름대로의 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보다 탄력적이고 투명하며 일관성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는 IMF 이후 새로운 제도를 마련했으나 너무 획일적인 규제로 일관돼 기업들의 참여를 위한 방향성 제시가 미흡했다는 평가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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