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e마켓](4/끝)그래도 e마켓

 델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B2B 판매 e마켓(델마켓플레이스)을 개설 4개월 만인 지난 2월 문을 닫아 버렸다. 비슷한 시기 유류제품 대형 e마켓을 운영해 왔던 셰브론(http://www.chevron.com)도 간판을 내렸고, 포드·GM·다임러크라이슬러의 자동차 e마켓 코비슨트(http://www.covisint.com)는 설립 1년 2개월이 흐른 지난 4월에야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등 경영진 구성에 진통을 겪었다. 올 들어서도 국내외 e마켓을 둘러싼 주변환경은 여전히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사례들이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 최대 e마켓인 버티컬넷(http://www.verticalnet.com)이 실적악화와 주가급락에 시달리며 전조를 울린데서 이미 이같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그렇다면 과연 e마켓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B2B 모델인가.

 최근 급속도로 불어닥치고 있는 ‘e마켓 회의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연 ‘노’라고 말한다. 한때 B2B의 전부로 여겨졌던 e마켓은 앞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B2B 환경이 성숙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발전한다는 게 공통된 결론이다.

 ◇무르익는 시장분위기=e마켓에 한창 먹구름이 드리우던 지난 3월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향후 B2B 시장전망에 대한 주목할만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골자는 지난해 52억달러에 머물렀던 e마켓 거래규모가 오는 2005년 170억달러로 급증한다는 것. 앞으로 수년간 지구촌 전역에 B2B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e마켓 관련 서비스 규모도 괄목성장한다는 예측이다. IDC는 양적 성장외에 시장구조 등 질적인 변화도 예상하고 있다. e마켓 거래환경에서 지금은 e마켓 자체의 매출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앞으로는 e마켓 참여기업들로 무게중심이 옮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품 공급업체나 물류·결제 등 소위 ‘서드파티’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e마켓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들을 통한 신규 서비스 창출 및 매출확대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B2B e마켓 폐쇄를 결정한 델도 “e마켓을 주도하는 것에서 고객·협력사들이 다양한 e마켓에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B2B전략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전한 한계상황=온라인 조달·판매 환경에 대한 생소함과 불신은 전통기업

들이 외부 e마켓을 이용하는 데 여전히 커다란 장벽이다. 여기다 전문 e마켓을 표방한 사이트들의 서비스가 아직은 기업들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기업들이 거래의 매력으로 느낄 만큼 공급사나 판매기업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기업들로 하여금 e마켓에 등을 돌리게 하는 환경적 장애요인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e마켓을 둘러싼 현재의 한계상황이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PWC코리아 강덕순 컨설턴트는 “B2B시장이 성숙할수록 e마켓의 역할은 커질 것이고, 당연히 참여기업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e마켓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시장발전에 따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박영훈 컨설턴트는 “세계적으로도 대부분의 e마켓이나 개별 기업들의 프라이빗 e마켓이 거래관행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는 사실상 시장 준비기였다”면서 “일단 시장환경이 마련되면 e마켓 비즈니스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e마켓의 위상=전문가들은 해당 기업이 차지하는 시장지위나 기업규모, 구매·판매 전략에 따라 사설 e마켓과 독립적인 형태의 공개 e마켓은 나름대로 병존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보적인 시장지위에 있는 대기업은 전략구매 차원에서 현재 구축중인 e프로큐어먼트를 사설 e마켓으로 확장시키는 한편, MRO 등을 비롯한 일반구매는 광범위한 공급라인을 확보한 외부 e마켓의 활용도가 더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판매기업의 입장에서는 사설 e마켓이든 공개 e마켓이든 필연적으로 참여를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덕순 컨설턴트는 “공개 e마켓이 공급사 범위를 넓혀 데이터베이스(DB)·가격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경우 독자 생존은 물론 사설 e마켓과의 경쟁도 가능하다”면서 “특히 대기업 이하 중소기업으로서는 외부의 공개 e마켓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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