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상의가 발표한 ‘B2B 전자상거래 실태’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353개 B2B업체 중 사이트 운영을 통해 흑자를 내는 기업은 4.8%에 불과하고 무려 78.6%가 적자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응답업체의 3분의 1 이상이 매출이 전혀 없는, 이름뿐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한 결과는 B2B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B2C는 물론이고 기업간 전자상거래인 B2B도 수익모델 부재로 인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e마켓플레이스라는 공간을 통해 기업들이 서로 만나 입찰·구매·판매활동을 하거나 정보를 교류하는 B2B의 수익모델 개발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익모델 문제는 전자상거래가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대두되면서부터 예견됐던 일이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우리의 예상을 크게 밑도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조사기간인 지난 3, 4월 두달간 월 평균매출이 1억원을 넘는 곳이 27.1%, 10억원을 넘는 곳은 13.5%에 불과하다는 것은 B2B기업의 영세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B2B가 이대로 주저앉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B2B거래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더 많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온라인에서 실제 거래가 이뤄진다는 응답은 32.6%에 불과한 반면 검색은 온라인에서 하고 진짜 거래는 오프라인에서 한다는 응답이 45.3%에 육박하는 것은 무늬만 B2B인 업체가 적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향후 전망을 밝게 보는 업체들이 많다는 조사결과다. 대다수 응답업체가 조만간 전자상거래가 기업간 거래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 봤으며, 적자업체의 72.3%가 1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대로 기업간 전자상거래가 일상적인 관행으로 정착되기까지는 법적·제도적 인프라 정비, 국내 기업간 과당경쟁 자제, 인력부족 해소 등 넘어야 할 산이 엄청나다.
특히 은밀한 거래관행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자상거래를 도입할 경우 모든 거래내역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기업과 개인의 정보를 내보여야 하기 때문에 도입을 기피하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아직도 내부 전산화가 구현되지 않았거나 물류시스템의 미비로 구매·운송·대금지불 등을 온라인 상에서 처리할 수 없는 기업이 수없이 많다. 이처럼 기본적인 내부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는 B2B는커녕 인터넷 상에서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전자상거래는 한국경제의 과제이자 가능성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비록 지금은 B2B업체들이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최근들어 반복구매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기업들이 다양한 수익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흑자로 반전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차제에 B2B시장 활성화의 관건인 정책자금의 지원확대와 함께 정부 조달업무의 전자상거래를 확산하고 공동 물류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민간부문의 전자상거래와 산업별 협력도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한다.
<박광선위원 k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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