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e마켓](2)e프로큐어먼트가 대체하나

 전통기업들의 B2B 전략이 최근 자사 중심의 폐쇄적인 전자조달시스템(e프로큐어먼트) 구축으로 선회하는 추세다. e프로큐어먼트에 역점을 두는 이유에 대해 “지난 수년간 B2C, B2B 등으로 전통기업들의 관심사가 옮아가는 과정에서 e비즈니스는 다분히 유행에 편승하는 성격이 짙었다.

e마켓도 마찬가지였고 이같은 시행착오를 겪고 난 반성의 산물이 e프로큐어먼트”는 게 해당 기업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역시 B2B의 효과에 대한 일천한 인식과 외풍에 민감한 업계의 속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e프로큐어먼트·e마켓 등 하루가 다르게 돌출하고 있는 B2B 테마들이 각자의 필요성에 의해 대두된 만큼 ‘대체제’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프로큐어먼트의 확산=e프로큐어먼트는 한마디로 대기업이 기존 조달시스템을 인터넷 기반으로, 자사 중심의 공급망관리(SCM) 체계로 재편하는 작업이다. 특정 대기업이 주도해 협력사들과의 조달 SCM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사설(프라이빗) e마켓’의 모태로도 여겨진다. 이에 비해 e마켓은 전통적인 기업간 협력망을 불특정 다수의 개방형으로 넓혀 구매·판매의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추세에서 등장했다. e프로큐어먼트가 현재 조달 중심의 ‘수직적’ B2B 재편전략이라면 e마켓은 ‘수평적’ 확대 기반인 셈이다.

 이같은 점에서 최근 e프로큐어먼트의 대두는 새삼스런 이슈가 아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연구위원은 “e프로큐어먼트는 인터넷시대 SCM 전략의 요체”라면서 “이미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미국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움직임은 현재 대형 제조업체들의 뚜렷한 B2B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착실히 추진돼 온 월마트나 다임러크라이슬러, GM, 델 등 다국적기업들의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다.

다만 국내의 경우 최근 B2B 바람이 불면서 자사 조달시스템 개혁 및 이를 통한 B2B 기반조성 작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PWC코리아 강덕순 컨설턴트는 “B2B는 신규사업 가운데 하나 정도가 아니라 결국 조달프로세스를 포함한 기업거래 활동 전반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e마켓에 집중됐던 대기업들의 B2B 무게중심이 최근 e프로큐어먼트로 옮아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프로큐어먼트의 한계와 전략적 배치=전문가들은 무엇보다 e프로큐어먼트에 대한 유행성 접근을 가장 피해야 할 것으로 지적한다. 이장균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의 e프로큐어먼트 접근방식 중 가장 큰 문제는 전체 SCM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전략적 무게를 싣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종전 협력업체들과의 협업수준 강화나 조달 프로세스 개선 등 총체적인 구조개편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점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최근 행보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사 중심의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인 거래관행은 그대로 둔 채 시스템 정비 등 기술적인 측면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e프로큐어먼트의 효용성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SAP코리아 김은 이사는 “e프로큐어먼트는 종국적으로 SCM 기반의 가상기업으로 확대 발전시킬 것을 염두에 둔 B2B전략”이라며 “향후 가상기업의 확대발전과 외부 가상기업과의 연계를 감안할 때 지금처럼 협소한 협업체계로는 기초적인 시스템 표준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e프로큐어먼트가 기업 활동에 필요한 모든 것을 조달해주는 창구는 결코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있다. 생산활동과 직결되는 전략 부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상당 물량을 차지하는 MRO나 일반자재 등은 기본적인 시스템 구축조차 개별 기업입장에서는 결코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해외 다국적기업들의 경우 자사 e프로큐어먼트 구축에 길면 10년 이상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로 e프로큐어먼트와 함께 e마켓의 공존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덕순 컨설턴트는 “B2B 전략 가운데도 기업이 직접 챙겨야 할 분야와 외부 협력연계로 해결해야 할 분야가 따로 있다”면서 “이같은 점에서 e프로큐어먼트와 e마켓은 현재로선 상보적인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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