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옥 경희대 전파공학과 교수
남북한, 중국의 정보처리, 언어 전문가들은 지난 2월 21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옌지시 개원호텔에서 열린 ‘2001년 코리안 정보처리 국제학술회의(ICCKL)’를 개최하고 언어, 로마자 표기, 부호계, 자판, 서체, 정보기술용어 등의 분야에서 토론을 벌여 3국 학자간 ‘합의서’를 만들어냈다. 오늘 주제발표는 합의서 이후 3개월여에 걸쳐 남한 학계의 평가를 가미한 것이다.
먼저 언어부문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국제기구에 등록하기 위한 글자의 명칭은 ‘정음(JEONGEUM)’으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ISO 10646(한글 4바이트 유니코드)에서 ‘한글’이라는 명칭을 ‘정음’으로 바꾸기로 하고, 이를 국제표준안에 수록할 수 있도록 각국 관련기관에 건의하기로 했다.
ISO에 등록하기 위한 자모배열 순서는 지난 96년 제3차회의 때의 합의안을 기초로 옛글자와 현대글자를 섞어 배열키로 했다.
로마자 표기, 즉 ISO 11941 전자법 부문은 북측의 관심이 높았던 만큼 논란이 많았다. 지난 92년 만들어진 ISO TS 11941은 2002년 12월 말까지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지 못하면 ISO 규정에 따라 자동 폐기된다. 이에 대해 남·북·중 학자들은 모음자 표기와 자음자 표기 ‘ㄴ, ㅁ, ㅇ, ㄹ, ㅅ, ㅆ, ㅈ, ㅊ, ㅎ’에서는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자음 중 ‘ㄱ, ㄲ, ㅋ, ㄷ, ㄸ, ㅌ, ㅂ, ㅃ, ㅍ, ㅉ’ 등은 차이가 있으므로 올해 말까지 공동안을 마련키로 했다.
부호계 부문에서는 합의된 글자의 이름과 배열 순서에 따라서 ISO 10646-1-2000의 개정 제안을 공동으로 검토, 작성해 관련기관에 건의키로 했다. 또한 ISO 2022를 따르면서 정음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1바이트 조합형 부호계를 공동으로 만들어 국제등록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자판 부문의 경우 실험대상은 지난 96년에 합의한 2벌식 자판 공동안에서 옛글자 4자(△, ㆁ, ㆆ, ·)를 제외한 자판안을 공동안으로 합의하고, 이를 임상실험의 대상으로 정했다. 다만 옛글자 4자를 포함한 자판안도 임상실험키로 하고 이에 대한 사용자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서체 부문에서는 남·북·중의 서체개발 자료를 서로 교환함과 동시에 정음서체 전시회 개최와 정음서체 용어사전 편찬, 발행을 공동으로 수행키로 했다. 또 서체개발 자료를 서로 교환하고, 남북 공동으로 정음서체 및 사진 전시회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정음서체 용어사전도 편찬, 발행키로 했다.
정보기술용어 부문에서는 전문용어 표준화 대상을 ISO에서 제정한 정보기술 분야 표준용어인 ISO 2382(표준화 과정중인 용어도 포함)와 기타 정보기술 관련분야 용어로 정했다. 또 정보기술용어 표준화를 위해 ISO 2382에 멀티미디어, 인공지능(34편까지) 등의 분야를 포함시켜 올해 말까지 우리말 용어와 해설을 담은 ‘국제표준정보기술용어사전’ 증보판을 출간키로 했다.
올림말의 순서는 알파벳 순서로 하며 본문 올림말은 영어와 정음, 중국어로 하고 설명문은 영어와 정음으로 하며, 색인의 순서는 96년에 합의한 자모순서에 따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국 전문가들은 이달중으로 초안을 교환하고, 이후 전문용어는 각국에서 조절키로 했다. 최종안은 7월중으로 제출하고 최종회의도 9월까지 열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종안 제출이 늦어지면 후속작업도 순연될 전망이다.
책임부서로는 한국은 국어정보학회, 조선은 교육성 프로그람교육쎈터, 중국은 조선어정보학회가 각각 맡기로 했다. 특히 ISO 2382의 번역과 교정이 끝나면 해당국가에 표준으로 채택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이밖에 남북한 학자들은 합의내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중국 조선어정보학회내에 자료의 수집·정리·배포 업무 및 정보처리와 관련된 과제를 공동으로 연구하기 위한 ‘정음공학연구센터’를 조만간 설립해 운영키로 합의했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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