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업체 장비납품가 인하요구에 장비업체 고심

 소자업체의 장비납품가격 인하요구가 거세어져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소자업체들이 최근 시장환경 악화를 이유로 장비공급가를 큰폭으로 인하해줄 것을 요청하자 국내외 장비업체들은 난감해 하면서도 매출감소를 우려해 경쟁업체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원가절감 등 가격인하 방안을 모색중이다.

 삼성전자 등 소자업체들은 지난 3월 이후 최근의 경기악화로 야기되는 고통을 분담하자며 장비업체들에 공급가 인하를 종용하고 있다. 일부 소자업체는 지난주 초 장비업체들의 영업담당자와 모임을 갖고 최고 30%까지 평균 20% 정도의 인하를 강력히 요청했다.

 장비업체들은 IMF 관리체제 이후 해마다 10% 이상 가격을 인하해 원가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을 들어 추가 인하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으나 최근 매출이 급감한데다 해외시장 개척도 난관에 부딪쳐 경영난에 직면하자 마지못해 가격인하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장비업체들은 일단 10∼15% 정도 가격을 인하했거나 인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설비업체인 A사는 원자재 수입비율이 높아 장비 자체에서는 추가적으로 가격인하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 인건비 등의 절감을 통해 10% 정도 가격을 인하할 방침이다.

 가스공급장치 생산업체인 B사는 공급가가 이미 바닥에 도달해 더 이상의 가격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원부자재와는 달리 장비의 경우 가격인하율이 사전결정방식이 아닌 프로젝트 수주시점에 인하율이 결정되므로 경쟁업체의 동향을 좀 더 파악한 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램버스 D램용 부품을 공급하는 C사는 그동안 경쟁사의 동향을 주시해오다 이달들어 가격을 15%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D사도 가격을 15% 정도 인하하기로 하고 장비판매 수익구조를 이어가기 위해 원가절감이 가능한 검사장비를 추가로 개발, 소자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반면 타 장비에 비해 시장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기술집약적 분야의 포토마스크·레이저마킹 장비업체들은 올들어 가격을 거의 인하하지 않아 대조적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