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스(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기술의 실용화는 과거 진공관시대에서 트랜지스터 시대로의 진화만큼이나 의미가 큰 과학사적 사건입니다. 앞으로 멤스기술에 대한 국가적인 개발투자 없이는 한국이 21세기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어요.”
멤스전문 벤처기업인 M2N의 황규호사장(35)은 광부품, 무선통신, 바이오산업에 널리 응용되는 멤스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새로운 기초기술분야라며 사회전반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멤스기반의 2×2 광스위치모듈을 개발해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광스위칭모듈분야 국내기술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황 사장이 자랑스레 선보인 광스위칭모듈은 반도체공정을 이용해 미세하게 정밀가공한 마이크로 거울을 움직여 광섬유 네 가닥 사이의 광신호 경로를 자유롭게 바꿔준다. 이 제품은 기존의 값비싸고 투박한 기계식 광스위칭 모듈에 비해 훨씬 생산성이 뛰어나고 부피도 작아 향후 광통신기기시장의 핵심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작년에 멤스기술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설 때 아무도 주위에서 찬반의견을 나타내지 않더군요. 멤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죠.”
심지어 부인조차 멤스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라며 웃는다.
황 사장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16×16, 32×32급 광스위치를 개발하고 오는 2003년까지 인구 100만명 규모 대도시의 백본망 제어가 가능한 256×256급 대용량 광스위치모듈도 국산화한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황 사장은 요즘 멤스기반 광스위치 생산에 필요한 자체 FAB시설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멤스기술의 개념과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이 제일 힘들어요. 미국 HP사는 프린터 헤드에 들어가는 멤스특허 하나로 매년 엄청난 수익을 올립니다.”
황 사장은 멤스산업이 기술 외에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란 면에서 초기 인터넷산업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만년필 안에 내장되는 휴대폰, 반지 안에 들어가는 혈압계 등 작게 만들수록 좋지만 현실적으로 상용화되기 힘들었던 상상 속의 신제품도 멤스기술은 현실로 만든다는 것이다.
“현재 반도체분야에서 구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멤스산업은 세계 일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보통사람들도 멤스가 우리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핵심기술이란 점을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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