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복 생산·판매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해 왔다는 기사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아직 교복 입는 자녀가 없어 주변의 조카들에게서 교복이 웬만한 숙녀 정장값이라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업체들의 극심한 횡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충격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교복시장에서도 시장을 절반 이상 점유하고 있는 큰 형님 격인 업체들의 담합 내용을 살펴보면 그 도의 지나침에 혀가 내둘러질 뿐이다. 이들은 ‘전국학생복발전협의회’라는 것을 만들어 약 2년 반 동안 지역별 모임을 갖고 가격을 담합했다고 한다. 또 수차례 회의를 열어 학부모 모임 등에서 공동구매를 하지 못하도록 반대서명 운동을 펼쳤으며,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학교와 교육청에 저지공문을 발송하고 항의방문을 계속 했으며 심지어 입찰 추진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또 대리점들에는 “산하 대리점이 지역별 협의회 결정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본사가 제재한다”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해 가격을 낮추지 못하도록 묶어놓았다. 누구를 위한 ‘발전’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기본적인 상도의를 망각하고 소비자를 무시하는 몰상식한 상행위와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이들이 취한 폭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2년 반 동안 무려 1000억원에 이르는 돈을 학부모들의 지갑에서 빼냈다는 계산이다.
다행히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뒤늦게나마 이런 행위를 적발해 업체들에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후약방문격인 처방일 뿐, 그동안 교복 때문에 입은 학부모, 관계자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보상이 되는 조치는 아니라고 본다. 또 앞으로 더욱 교묘해진 수법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래서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자라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투명한 거래가 보장되는 전자상거래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지금 온라인 시장에서 공동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품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복도 일찍이 온라인 공동구매가 활성화됐다면 업체들은 담합으로 인해 기업이미지가 땅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원가면에서도 많은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인 학부모들도 이로 인한 시름을 덜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부처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계도나 단속이 아닌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가 중학교에 갈 때는 제 손으로 클릭해서 교복을 골라 입기를 희망해본다.
권태연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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