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MBC플러스 윤건호 사장

 “회사 이름이 처음에는 ‘MBC미디어’였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이름도 많아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MBC플러스’로 정하게 됐습니다. 플러스라는 의미는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지상파 MBC에 플러스가 된다는 의미도 있고 새로운 콘텐츠가 다양하게 추가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MBC가 21세기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 설립한 프로그램공급업체(PP) 지주회사인 MBC플러스 초대 사장을 맡은 윤건호 사장(53)은 지난 2월 21일 사장에 취임한 후 4개월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그에게는 박찬호가 등장하는 미국 프로야구 개막경기를 4월 초에 시작해야 한다는 지상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들이 철야작업을 밥먹듯 하며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제작과 송출 등을 위한 공사를 마치고 첫 송출에 성공했을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짧은 기간이지만 이곳에 와서 일해 보면서 생각을 고쳐먹게 됐습니다.”

 윤 사장은 지상파 방송사에 비하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케이블TV 환경에서 밤늦도록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고 털어놓는다.

 지난 73년 MBC에 입사해 28년 동안 라디오 제작국 PD와 TV 편성기획부장·영화부장·편성국장·홍보심의국장 등을 거쳐 편성실 부실장과 홍보심의국 위원을 지낸 윤 사장은 늘 새롭고 의미있는 일을 해내는 아이디어맨이었다.

 퓨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80년대 초 그는 국악인과 대중음악가 등이 한 자리에 모인 국악캠프를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으며 라디오 방송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영상쇼를 기획하기도 했다.

 TV로 자리를 옮긴 뒤 그가 맡은 역할은 편성과 영화 분야.

 그는 특히 95년부터 2년 동안 영화부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공부를 하고 경험도 쌓았다고 말한다.

 “저를 영화부장으로 발탁해준 선배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영화부장을 하면서 해외 시장을 많이 다녀봤고 영화시장의 상황도 보고 어설프게나마 시리즈물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과정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윤 사장은 영화부장을 하면서 쌓은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경험 덕분에 이번에 MBC플러스 사장으로 박탈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저의 장점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지요.”

 윤 사장은 이런 장점들이 젊었을 때는 자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지만 나이가 들면서 너무 많은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꼼꼼하고 산만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어 요즘은 조직적인 사고를 해나가는 데 보다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윤 사장과 함께 일해 본 사람들은 아담한 몸집에서 나오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에 감탄하곤 한다. 그리고 만나면 만날수록 박물학적인 박학다식함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이제 그는 자신의 다양한 관심과 경험들을 드라마·게임·스포츠 등 3개 채널을 통해 마음껏 펄쳐볼 생각에 부풀어 있다.

 “MBC플러스는 저의 인생에 새로운 도전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돈을 투자해 사업을 하지만 저는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MBC플러스는 케이블과 위성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MBC스포츠·MBC드라마·겜비씨 등 3개 채널의 지주회사로 그가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요즘 그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많고 복잡한 업무를 조직화 하고 단순화해 효율을 극대화하느냐에 쏠려 있다.

 그러면서도 그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케이블TV 시장에 들어와 보니 지상파에서는 느낄 수 없던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케이블TV방송국(SO)의 힘이 이렇게 셀 줄 몰랐다고 한다. 채널을 송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SO들이 채널을 받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운 소리 한 번 해보지 않던 그가 요즘엔 자주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에는 느낄 수 없던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한다.

 “케이블방송들에 비해 자금이나 인력 면에서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는 지상파가 케이블사업에 나선다고 했을 때 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국내 업체들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 세계 방송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글로벌 시대가 됐습니다.”

 윤 사장은 보다 넓은 시각으로 볼 때 지상파의 케이블 시장 참여가 우리 방송산업 전체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MBC플러스 사장으로 발탁되기 직전 6개월 동안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것이 지금에 와서 큰 도움이 된다고 털어놓는다. 이 과정이 달라지는 방송환경과 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산업으로서의 방송, 콘텐츠 다각화 등 방송 전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는 MBC플러스가 게임채널을 개국한 것과 관련해 게임이야말로 방송의 공익성과 놀이를 다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MBC가 게임산업에 진출함으로써 IT산업과 소프트웨어산업을 좀더 활성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MBC는 다양한 콘텐츠의 보고입니다. MBC플러스는 이를 또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풍부한 콘텐츠를 어떻게 잘 연계하고 조화시켜 사업화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그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MBC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 그리고 글로벌기업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이력>

 △73년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73년 문화방송 입사 △73∼87년 라디오제작국 PD(주요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 등) △88∼89년 영국 에든버러대학 연수 △90∼95년 TV 편성기획부장 △95∼97년 영화부장 △97년 편성국장 △98년 홍보심의국장 △99년 편성실 부실장 △2000년 홍보심의국 위원 △2001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MBC 고위관리자 과정 수료 △2001년 2월 MBC플러스 대표이사 △취미:골프·영화감상 △가족:부인과 1남 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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