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PP]다채널·다매체 경쟁시대 ^PP들이 전쟁^

지난 3월 초부터 실시된 프로그램공급(PP)등록제로 방송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게임·종교·스포츠·드라마 등 인기 장르 PP가 4, 5개로 급증하는가 하면 지상파 방송 3사가 복수PP(MPP)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SO와 PP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히 이뤄지는 등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PP등록제는 다채널·다매체 시대를 맞아 많은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시대 요청에 의해 만들어졌다.

 PP등록제 시행 이전에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이젠 특정 채널을 제외하고는 일정 조건만 갖추면 누구라도 PP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진입장벽이 없어진 대신 경쟁력이 없으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약육강식의 시장경쟁체제가 도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 그동안 PP를 수용할 수 있는 매체는 케이블TV방송국(SO)뿐이었으나 앞으로는 중계유선에서 SO로 전환되는 3차 SO와 위성방송 등으로 확대되는 것도 PP등록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종전의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 전송 가능 채널이 40∼50개에 불과한 SO도 100개 이상의 채널을 보낼 수 있으며 위성방송은 이보다 더 많은 150개 이상의 채널을 소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요구되고 종전의 승인제로는 이러한 추세를 따라갈 수 없어 PP등록제가 만들어진 것이다.

 통합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PP로 등록하려면 자본금 5억원 이상과 주조정실·부조정실·종합편집실·송출시설 등을 갖춰야 하며 등록을 신청하면 방송위는 실사작업을 거쳐 30일 안에 등록증을 교부하게 된다.

 다시 말해 요건만 갖춰 PP로 등록하면 케이블TV SO나 위성방송 플랫폼사업자와의 계약을 거쳐 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있다. 다만 보도·종합편성·홈쇼핑 분야에서는 승인제가 계속 유지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도 상당폭 완화됐다. 방송위원회는 현재 SO의 채널용량 제한으로 실제 방송을 하지 못하는 PP가 상당수 발생할 소지가 있는데다 사업개시 이전 시설등록 요건을 완벽하게 구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조정실·부조정실·종합편집실·송출시설 등 PP들이 갖춰야 할 방송시설 등록요건 절차를 일부 개선, 방송 개시 이전까지 관련 시설을 갖추면 이를 인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사업 신청서를 제출할 때 시설 확인서 및 임차계약서 대신 시설확보 계획서만 제출하면 사업자 등록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방송을 시작할 때는 관련시설을 모두 갖춰 방송위의 확인을 받아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PP등록이 취소된다.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말까지 1∼4차에 걸쳐 59개 사업자로부터 144개(비디오채널 67개, 오디오채널 77개) 채널에 대한 PP등록신청을 접수해 이 가운데 43개 사업자 90개(비디오채널 53개, 오디오채널 37개) 채널에 등록증을 교부했다.

 PP등록제 시행으로 눈에 띄게 달라진 현상은 일부 인기 장르에 채널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등록 PP의 상당수가 영화·종교·스포츠 등 기존 PP와 중복된 장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독교·영화·드라마·스포츠·음악 등은 이미 등록증을 교부받았거나 조만간 등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PP를 모두 합칠 경우 무려 4, 5개에 달해 격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종교 장르는 기존 기독교방송 외에 C3TV·크리스천TV가 등록증을 교부받은 데 이어 순복음교회·원불교·천도교 등도 채널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송법에 케이블TV방송국의 종교채널 전송과 관련해 ‘최소 3개 이상의 채널을 전송해야 한다’는 조항 외에는 별도의 의무 전송 규정이 없어 기존 종교채널을 타 채널로 교체할 가능성도 높다.

 음악 장르도 기존 m.net ·KMTV 외에 MTV·스카이MTV·채널브이코리아·유라위성방송 등이 채널을 준비 중이나 SO마다 음악채널은 3개 정도만 운영할 것으로 보여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밖에 OSB-D, 스카이KBS 등 드라마 장르 2개 채널과 MBC스포츠, 스카이KBS스포츠 등 스포츠 채널 2개가 추가로 등록돼 기존 드라마 및 스포츠 채널을 합칠 경우 4, 5개에 달한다.

 또 지상파방송 3사가 3, 4개 PP를 등록하는 등 케이블TV 시장에서 MPP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KBS와 KBS의 위성방송 채널 자회사인 스카이KBS는 한국문화 전문채널인 KBS코리아와 스카이KBS스포츠(스포츠), 스카이KBS드라마(드라마), 스카이KBS그린(자연) 등 4개 채널을 등록했다.

 KBS는 현재 등록준비 중인 월드뉴스 채널 KBS월드를 포함, 총 5개 채널의 프로그램을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을 통해 올해 말부터 방송할 계획이다.

 MBC도 최근 위성 및 케이블 채널사업을 전담할 자회사 MBC플러스를 설립했다. MBC플러스는 MBC와 MBC프로덕션이 초기 자본금 189억원을 공동출자해 설립됐으며 산하에 스포츠·드라마·게임채널을 운영하게 된다.

 이를 위해 MBC는 최근 제일제당으로부터 룩TV와 드라마넷을 인수해 이 가운데 생활전문 채널 룩TV를 게임전문 채널 겜비씨로 바꿀 계획이다.

 이밖에 스포츠와 골프, 축구 채널을 운영하는 SBS를 포함해 지상파 3사가 지상파에 이어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지상파들이 막대한 콘텐츠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케이블과 위성방송시장 마저 독식할 경우 국내 방송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지상파 방송사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PP등록제로 최소한의 조건만 갖추면 누구라도 PP등록이 가능해짐에 따라 ‘일단 등록증을 받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단일 PP뿐 아니라 2, 3개 채널을 신청해 등록증을 받은 일부 MPP도 등록증만 교부받았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채널운영계획을 밝히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실제 위성방송이 실시되는 올해 말에는 등록증을 받았지만 방송을 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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