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이동통신 시장은 한마디로 혼란 그 자체입니다.”
한 대리점 직원이 최근 SKT의 시장점유율 맞추기와 이동통신사들의 합병에 따른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과열 판매 현상을 두고 한 말이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한동안 뜸했던 공짜단말기가 다시 등장하고 의무가입기간이 거론되는가 하면 본사와의 약관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지난해 판매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5월이 다시 재현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원칙이 없다=우선 대리점들과 이동통신 본사간에 지키기로 한 약속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011대리점에서 019단말기를 판매키로 한 것은 사실상 본사와 대리점간의 계약위반이다. 그러나 SKT는 시장점유율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이를 강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국 700여개 017전속대리점에서 016과 018단말기도 판매하고 있다. 대리점들은 지난해 본사가 대리점들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이용했던 계약위반이 이제는 본사의 묵인아래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짜, 의무가입도 다시 등장=정보통신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말기 보조금지급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사라지는 듯했던 공짜 단말기도 다시 등장했다. SK글로벌이 최근 019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대리점들에 단말기가격을 넘어서는 장려금을 지급하면서 공짜휴대폰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 지금도 이동통신대리점과 판매점이 밀집한 용산이나 테크노마트에서는 고객이 몰리는 주말에 공짜단말기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공짜휴대폰이 등장함에 따라 자연스레 거론되는 것이 의무가입기간. 최근 일부 019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공짜로 주는 대신 의무가입기간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리점 약육강식=덩치 큰 대리점과 소형 대리점간의 수익률 차이도 현저히 벌어지고 있다. 특히 011가입이 전면 중단된 SKT대리점의 경우 대형 대리점들은 019판매를 통한 수익보존이 가능하나 019판매가 저조한 소형대리점은 기기변경을 위한 011단말기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소형대리점은 011단말기를 받기 위해 몇십대의 019단말기를 그냥 받아만 둔 채로 판매는 포기하고 있는 상태다. 또 SKT에서 011대리점에 019단말기 판매에 대한 장려금 때문에 정상가격으로 판매하는 019대리점들의 불가피한 상황이다.
△7월부터는 정상화되나=이같은 이동통신 시장을 두고 이동통신사들은 SKT의 시장점유율 낮추기로 인한 한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하나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시각은 다르다. 오히려 7월부터는 SKT가 현재의 출혈을 만회하기 위해 나설 것이며 국내 이동통신 시장 또한 포화상태에 달해 과열경쟁은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일 공식 출범한 KT프리텔이 연말까지 시장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어서 사실상 KT프리텔과 SKT의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통부의 단속 실효 있을까=이미 지난해 6월 정통부는 이동전화 사업자의 이
용 약관에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규정을 넣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자는 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한 바 있다. 최근 정통부는 다시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해 관련 사업자와 대리점을 형사 고발조치까지 하는 등 강력한 보조금 금지 대책을 내놨으나 순순히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나설 사업자도 없을 뿐더러 암암리에 대리점으로 내려지는 통신정책을 파악한다는 것도 어렵다. 무엇보다 강제로 SKT의 시장점유유을 낮춰야 하는 기이한 현상 앞에 틀어진 시장을 단속만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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