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행복한 디지털 가정

◆고은미 기획조사부장 emko@etnews.co.kr

 

 푸른 오월은 사랑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어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고 함께 할 시간이 많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부모와 자식이라는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인간이 만든 가장 따뜻하고 안락한 공간이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가정의 형태도 변해가고, 견고한 행복 속에 있는 것 같은 가정도 여러 가지 문제를 안 게 마련이다. 가정은 있지만 내적으로 파괴되어가는 가정을 학자들은 가족 구성원간의 대화 단절로 인한 공동체 의식의 결여로 본다. 대부분의 가족 구성원은 가장·주부·아이들이고 이들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모두가 다른 위치의 사회 구성원들이다.

 가장에게는 직장 생활의 어려움과 고뇌가 있고, 주부에게 주부가 갖는 다른 형태의 삶의 모습, 아이들에게는 또래문화가 있다. 부모와 자식간의 세대차는 어느 시대나 당연히 존재했다. 더구나 요즘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게임을 즐기며 살아가는 디지털 세대다. 아날로그 부모 세대와의 사고방식과 문화의 차이는 부모와 아이들 모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가정의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먼저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디지털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부모가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방치할수록 아이들은 더욱 사이버 세상에 빠져서 자기만의 세계를 탐닉하거나 온라인상의 관계에만 익숙해지고 가족과는 소원해질 수 있다. 부모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고 아이들은 각기 제 방에서 컴퓨터 속에 들어갈듯 몰입해 있는 가정은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해결책 중의 하나는 바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될 수 있다. 가족이 서로 e메일을 주고받거나 가족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멋진 디자인이나 기술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다만 가족 모두가 컴퓨터를 배우고 디지털 세상에 뒤떨어지지 않으면 된다. 컴퓨터를 배우려는 부모의 모습에서 자식들은 더욱 친밀감을 느낄 것이고 가족 행사나 솔직한 마음을 담은 글들은 가족 서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사랑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가정이 무엇을 해왔는가 반성하게 되고 어떤 일을 함께 할 수 있는가 계획을 세우게 돼 가정을 더욱 화목하게 만들고 발전시킬 수 있다.

 가족 홈페이지는 핵가족시대의 문제점인 친척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지방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자식·손자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고 멀리 외국에 계신 작은아버지 가족도 가족홈을 이용할 수 있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손자의 편지나 사진이 보고 싶어서 자연히 컴퓨터를 배울 것이다. 게임만 하던 아들 녀석은 온라인 상에서 가족들의 컴퓨터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엄마랑 함께 컴퓨터를 하는 아이들은 음란물이나 폭력물을 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인터넷이 생활이 된 지금 어른들과 인터넷 상의 예절도 배울 수 있다.

 부부 싸움을 한 다음날 메일로 띄운 아내의 사랑 편지는 남편의 하루 일과를 기쁘게 할 것이다. 인터넷에서 육아일기를 쓰고 아가의 홈페이지를 만든 젊은 엄마는 아이가 자라는 동안 계속 인터넷에서 육아 정보를 구하고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사이트를 찾아다닐 것이다. 아이가 있어서 쉽지 않은 쇼핑도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동창들과 수다도 떨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초고속 통신망과 인터넷 이용 등 IT 분야에서 세계에서 뒤지지 않을 위치에 와 있다. 이처럼 단시간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IT가 만드는 행복한 세상에 대한 꿈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이제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인터넷 비즈니스와 더불어 문화 속의 인터넷, 생활 속의 인터넷, 가정 속의 인터넷을 만들어가야 한다. 인터넷이 우리 삶의 둥지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가정의 달을 맞아 모든 가정이 행복한 디지털 가정을 만들어보길 권한다.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