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수출증대 대책마련 배경

정부와 민간이 추락하고 있는 수출에 다시 날개를 달기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미국에서 발단된 세계 경기둔화추세로 지난 1월과 2월에는 수출증가세가 줄어드는 듯 싶더니 3월과 4월에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감소세로 반전돼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리라던 희망이 무너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의 수출감소세는 자본재 투자를 축소시키고 있고 수출에 필요한 원부자재의 수입까지 동반 추락, 중장기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던 세계경기 전망도 시간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IMF는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당초 4.2% 성장에서 3.2%로 수정 축소했다. 지역별로는 우리 주 수출국인 미국이 3.2%에서 1.5%, 일본이 1.8%에서 0.6%로, 유로지역이 3.4%에서 2.4%로 전망이 어두워졌다.

 

 ◇수출현황=수출 효자품목이던 전자·정보통신제품의 수출은 가장 비중이 높은 반도체의 가격폭락으로 수출전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들어 1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 잠정집계한 수출동향에 따르면 전자·정보통신제품은 173억2200만달러가 수출돼 지난해 동기보다 5.8%가 감소했다. 지난 3월까지 수출누계액이 147억28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4.4%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더 늘었다.

 전자·정보통신제품의 수출감소에 가장 큰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반도체다.반도체는 지난 3월 한달 동안 전년동월보다 19.2% 줄어들었으나 4월에는 무려 마이너스 30.3%로 확대됐다. 또한 CDMA 단말기를 내세운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가정용 전자·컴퓨터도 지난 3월부터는 모두 마이너스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전체수출도 지난 3월 한달 동안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1.8% 줄었고 4월 들어서도 20일 현재까지 마이너스 0.4%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동향=중장기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자본재의 수입도 마이너스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 한달 동안 원자재 수입은 전년 3월에 비해 4.8% 줄었으며 자본재 수입은 무려 17.6%나 감소했다. 4월에도 20일 현재까지 원자재와 자본재의 수입이 모두 20.1%, 23.4%가 줄었다. 4월 20일까지 누계로는 각각 30%, 10.9%가 축소됐다.

 ◇생산동향=다행히 국내 생산동향은 다소 호전되고 있다. 가격은 내렸으나 물량은 줄어들지 않는 반도체가 생산동향 호전의 주 요인이다. 3월중 반도체의 생산동향은 26.5%나 늘었다. 전체적으로는 특수선박, 항공기부품 등의 물량호조로 전년동월대비 6.2% 증가했으며 1·4분기 동안 4.9% 늘었다. 그러나 이같은 생산동향의 호조는 물량확대에만 의존해 수출액증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채산성이 악화되는 경향을 띠어 불안한 형국이다.

 

★품목별 현황과 대책 

 ◇반도체=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수출이 감소한 것은 물량 보다는 가격하락에 따른 것이다. D램과 TFT LCD의 경우 수출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가격이 1년전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져 수출이 감소했다. 다만 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경우 가격하락과 수출물량 감소가 동시에 겹쳐 수출이 급감했다. 산자부의 집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지난 1월 18억달러에서 지난달 12억8000만달러로 크게 둔화됐다. 전년동기대비 감소율은 1월 1.7%에서 2월 9.1%, 3월 19.2%, 32.6%로 수출감소가 심화되는 추세다.

 지난달 D램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했고 환율도 업계 예상치보다 20% 이상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물량도 감소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업계는 D램의 수출물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조립임가공 제품의 수출물량이 격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는 PC시장 침체로 인해 가격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수출감소세가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는 인텔이 지난달 두차례에 이어 이달 또한번 펜티엄4칩 가격을 인하할 계획할 계획이어서 이를 계기로 D램, TFT LCD, CDT에 대한 수요가 되살아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경기의 회복조짐도 청신호를 던지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가정용전자=업계는 국내 경기 및 미국 IT산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DVD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미디어부문과 에어컨을 중심으로 한 백색가전부문의 꾸준한 수출증대에 힘입어 올 1·4분기에도 전년 4·4분기에 비해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1·4분기 내내 지속된 환율상승으로 수출비중이 높은 가전3사 모두 기대 이상의 환율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가전3사는 내수경기 및 미국 IT산업 경기가 쉽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수출확대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아래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수출품목을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으로 속속 전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경기침체로 동종업계의 주요 기업들이 20% 안팎의 매출 감소율을 보인 데 반해 올 1·4분기에도 전년 4·4분기에 비해 매출은 5.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0.2%나 늘었다. 특히 생활가전 부문의 경우 에어컨·전자레인지 등의 수출증대에 힘입어 1분기에만 7900억원의 매출을 달성, 전년 4·4분기에 비해 무려 34%나 매출이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세계 IT경기가 침체상황인 점을 감안해 시설투자를 당초 7조3000억원에서 6조1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축소된 1조2000억원은 전액 반도체부문에서 조정된 것으로 백색가전과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투자는 당초 계획대로 시행키로 했다.

 LG전자도 국내 경기 및 세계 IT산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어플라이언스(백색가전)부문과 이동단말기부문의 수출증대에 힘입어 1·4분기에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무려 22%나 증가했는데 이는 중동·남미·유럽·북미 등 전세계 수출지역에서 고르게 수출이 증가한데다 어플라이언스 제품이 환율상승의 수혜를 입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수출여건이 조기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음에 따라 디지털TV를 비롯한 고가 디지털제품과 에어컨·냉장고 등 고부가가치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대우전자도 1·4분기에는 환율상승 덕분에 매출 및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증가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디지털TV와 에어컨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수출시장에 집중 투입해 매출 및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 더욱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컴퓨터=수출부진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컴퓨터 및 주변기기 업계는 활로를 찾는 데 분주하다. 수출비중이 70%가까이 돼 타 업체에 비해 매출이 크게 줄어든 삼보컴퓨터는 기존 공급물량 외에 새로 대형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나 공급자주도 설계방식(ODM) 물량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델컴퓨터, 컴팩, HP 등 대형 PC업체들이 그동안 고급 기종에 한해 미국에서 생산해왔으나 PC경기악화로 이마저도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물량을 수주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OEM보다는 수익성이 있는 ODM형식의 공급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PC수출비중이 30%로 상대적으로 낮았던 삼성전자는 수출물량의 급속한 확대보다는 자체 브랜드 수출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유럽지역에 2곳의 현지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유럽시장 및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모니터업체들은 기존 OEM물량 유지와 함께 OEM 자가 브랜드 유통을 확대, 매출감소를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LG전자는 수백만달러를 투입, 광고나 홍보 등을 통해 자사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5대5 정도인 OEM 및 유통물량을 4대6 정도로 유통물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세계 광저장장치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비중을 높여 매출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 회사들은 수익성 한계에 다다른 CD롬 드라이브의 경우 해외 생산기지로 이전, 채산성 및 수량을 확보하는 한편 DVD롬드라이브, CDRW 등의 매출비중을 끌어올려 전년대비 매출액을 20% 정도 확대키로 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무선통신기기=국내 통신장비산업계의 올해 수출목표는 100억달러 이상이다. 이같은 목표를 실현할 효자품목은 무선통신기기, 특히 이동전화단말기다. 지난해 국산 이동전화단말기 수출실적은 44억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단말기가 27억6800만달러, 유럽형이동전화(GSM)단말기가 16억3900만달러를 차지했다. 여기에 CDMA시스템 수출실적 1억3300만달러를 합쳐 총 45억4000만달러였다. 무선통신기기 2000년 수출실적이 70억3600만달러였던 것을 감안할 때 이동전화단말기 및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64.5%다. 따라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큐리텔,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팬택, 한화/정보통신, 스탠더드텔레콤, 와이드텔레콤 등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이 2001년 무선통신기기 수출을 좌우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일단 지난 2월말까지 통신기기 수출은 전년대비 18.7%가 성장, 14억570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체결한 수출계약에 따라 선적이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원텔레콤, 팬택, 스탠더드텔레콤 등 중견 업체들이 활발하게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세원텔레콤은 스페인 및 브라질 비텔콤과 7억달러, 팬택은 모토로라와 6억달러 상당의 이동전화단말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올초부터 선적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국산 단말기 수출업체인 삼성전자도 올해 30억∼35억달러 상당의 수출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 LG전자가 단말기 수출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아래 미주지역 CDMA, 유럽지역 GSM 시장공략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유럽시장이 2.5세대 및 3세대 시장전환이 늦어지면서 단말기 소비가 다소 위축되는 경향이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정부대책

 정부도 민간의 수출확대 노력에 합심해 구조조정과 개혁에 치중해오던 정책기조에서 잠시 벗어나 수출확대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총리와 산자부·정통부 장관이 직접 수출마케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한동 국무총리는 산자부 차관을 비롯, 관계부처 고위간부를 대동하고 6일부터 17일까지 사우디·카타르·UAE·오만 등 중동 4개국을 순방하며 플랜트와 IT등 대형 수주를 위한 통상외교를 펼친다. 산자부는 장재식 장관이 마늘파동으로 인한 통상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중국을 이미 다녀왔으며 앞으로 미국·CIS·중남미 등에도 무역사절단을 파견해 해외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할 방침이다.

정통부 양승택 장관도 CDMA장비 입찰을 앞두고 중국을 다녀와 국산장비 낙찰이라는 결실을 거두었고 장차 중남미·북구 등 신흥 통신시장을 공략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무역을 책임지고 있는 산자부의 수출마케팅 지원노력은 눈물겹다. 산자부는 앞으로 1등상품을 발굴하고 업계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맞춤형 지원책을 펼칠 방침이다.

 이미 53개 품목을 선정해 △영어 홍보프로그램을 제작, 아리랑TV에 방영 △인터넷 홍보활동을 지원 △KOTIS를 통한 Offer무료 게재 △EC21 배너광고 30% 할인 △KOTRA 실크로드 무료게재 △해외시장개척기금 우선지원 등 해외홍보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홍보지원과 함께 중소업체들에는 연간 36회 해외전시회 참가, 30회 시장개척단 파견, 11회 상품구매 상담회 개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오영교 KOTRA 사장은 해외무역관 지사화사업을 확대해 올해안에 80개 업체 이상의 중소업체들의 지사업무를 맡겠다는 결심이다.

 

★과제

 그동안 구조조정과 개혁이라는 대원칙 아래 업계의 숨통을 죄던 각종 규제를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풀 것이냐가 남은 숙제다. 민간단체 및 업종별 대표는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수출환어음 매입 활성화, 종합상사 부채비율 완화, 현지법인별 지급보증 한도관리방식의 본사총액한도 방식 전환 등을 건의했다. 대기업들은 대규모 유망신사업 투자를 위해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출자총액 한도도 부분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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