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출연연 예산 삭감 재고를

 정부가 출연기관에 대해 올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2002년도의 예산을 동결키로 했다는 보도다.

 이로 인해 한국과학기술원 산하의 연구센터는 재정긴축을 위해 직원을 줄이고 과학재단이나 생명연 등도 투자를 유보하는 등 연구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정부 출연연구원은 그동안 일부이긴 하지만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가 긴축재정을 통해 출연연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올들어 경기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또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세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그리 넉넉하지 않게 잡고 있어 전반적인 긴축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출연연에 대한 예산삭감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우선 국무조정실이 43개나 되는 출연연에 예산동결을 요구하기에 앞서 출연연이 바람직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마련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

 일부에 대해서는 예산동결이나 삭감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무더기로 같은 잣대로 예산을 동결시키는 것은 간명한 방법이긴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우리나라의 출연연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꼭 필요한 분야에서 설립돼 운영됨으로써 그 중요성이 높지만 예산은 외국과 비교하면 빠듯한 실정이다. 외국은 출연연구기관 등을 원활하게 운영할 뿐만 아니라 민간에 연구개발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데도 많다. 물론 선진국이 그렇지만 그러한 연구풍토가 정착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벤처는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절대적으로 예산규모가 적은 우리의 출연연구기관이 다음 회기에 예산을 삭감한다면 그 부작용은 당해연도보다 훨씬 오래 갈 수도 있다. 이미 일부 출연연이 연구시설을 갖추는 것에 제동이 걸리고 직원들을 줄이며 대학 등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거의 없다는 것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연구시설이 미비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하기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출연연의 예산삭감은 연구원을 비롯한 직원 등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킬 소지가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불가피하게 단행된 구조조정의 결과 많은 연구인력이 연구기관을 떠나야 했다. 그 과정에서 연구소에 필요한 사람도 다수 포함됐다. 그로 인해 외환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된 지금까지 연구체계에 뚫린 구멍이 채 메워지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예산을 줄인다면 과거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출연연구기관이 빠듯한 예산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할 기초연구는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부족한 예산 속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려면 연구원들이 예산을 따내는 데 힘을 쏟을 수밖에 없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풍토 조성은 어려워진다.

 따라서 국무조정실이 이번에 43개 출연연에 내린 예산동결 지침은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정부는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연구기관에 대해서는 오히려 예산을 늘려 우리가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출연연이 초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