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드림라인이 인터넷서비스사업인 ‘드림엑스닷넷’을 분사한 데 이어 지난주 데이콤과 두루넷이 ‘천리안(연말)’과 ‘코리아닷컴(5월)’을 각각 분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인터넷 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데이콤이 지난 26일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최대의 PC통신인 천리안의 분사를 앞두고 오는 7월부터 웹 기반의 포털서비스로 집중 육성한다고 천명, 종합포털업계 구도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불가피한 선택인가=데이콤과 두루넷이 온라인사업부를 분사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기존 핵심사업의 집중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지금 같은 과도기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우선 몸집을 좀 가볍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기존에 구축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토대로 향후 인터넷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인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데이콤은 실제 천리안 분사 방안을 발표하면서 천리안을 향후 종합포털로 육성키로 하고
적극적인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미 분사한 드림엑스닷넷과 다음달 초 독립법인으로 재출범하는 코리아닷컴도 마찬가지다.
종합 전문포털들의 등장에 따른 위기감도 이들의 분사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천리안의 경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1세대지만 최근 야후나 다음과 같은 인터넷업체의 출현으로 위상이 떨어진 상태다. 물론 아직도 400만명 정도의 유료회원과 1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부정적이다.
◇독립회사의 향방=일단 이들 분사기업은 독자적인 조직과 기업 문화를 구축할 수 있어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고 신속한 대처가 요구되는 인터넷사업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의사 결정과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생명인 닷컴 비즈니스의 속성 상 대기업의 조직과 문화 속에서 이를 추진하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
유니텔이나 나우콤(두루넷)·넷츠고(SK텔레콤) 등 대부분의 대기업 온라인사업부가 이미 지난해 부터 분사해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리아닷컴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사이트’라는 모토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인터넷 시장에서 지명도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반응=인터넷업계는 이들 대기업 인터넷사업부의 연쇄 분사에 대해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대체로 가벼워진 몸집 덕택에 시장대응력이 높아지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으며 인터넷을 축으로 사업을 집중화해 향후 다양한 인터넷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는 긍정적인 평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독립회사로 자리잡기엔 수익모델이 약하고 전반적인 ‘닷컴기업’에 대한 시장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천리안은 비록 고정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갈수록 회원수가 감소하는 추세며 코리아닷컴 역시 다음이나 야후·라이코스 등 다른 포털서비스업체와 차별성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안정적인 우산에서 벗어나 무한경쟁의 시장 안에서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하게 된 이들 분사 인터넷기업들이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인터넷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어떻게 홀로서기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중배기자 iblee@etnews.co.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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