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엄4 시대」개막 시기 놓고 치열한 공방

 “자, 이제 펜티엄Ⅲ는 접고 펜티엄4 시대로 갑시다.”(인텔) “글쎄요. CPU 가격을 인하했다곤 했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입니다. 상반기에는 역시 펜티엄Ⅲ가 주력제품입니다.”(국내 PC업체)

 인텔이 펜티엄4 중앙처리장치(CPU) 가격을 최고 60%까지 인하하고 대대적인 TV광고를 통해 PC업체들에 펜티엄4 PC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으나 국내 PC업체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의 환율상승과 고가의 메인보드, 램버스 D램 등을 감안하면 이번 CPU 가격인하에도 불구하고 200만원대 가격이 여전히 유지돼 시장수요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PC업계에서는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싼 가격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PC제조업체에서 펜티엄4 PC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알려졌다.

 삼보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펜티엄4 PC에 사용하는 메인보드, 램버스 D램 등이 여전히 고가여서 CPU 가격 하락분을 감안하더라도 그다지 큰 폭의 가격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3·4분기까지는 펜티엄Ⅲ PC가 주력 제품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삼성전자도 인텔 CPU 가격인하에 대한 반응이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펜티엄4 PC기종은 최고급 기종으로 차별화하고 있어 주변기기 등도 고급 제품이 채택되는 등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며 “CPU 가격하락이 PC가격에 반영되는 비율이 10% 미만이어서 이 정도로는 대규모 수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다음달부터 펜티엄4 PC기종에 대해서도 맞춤PC 형태의 제품을 선보여 수요를 진작시킨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 1.4기가 펜티엄4 PC를 선보였던 LGIBM은 최근에는 아예 이 모델을 없앴다. 너무 고가인데다가 이러한 고성능 CPU를 원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적어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LGIBM은 당분간 펜티엄4 PC는 소수 모델만을 판매할 계획이며 펜티엄Ⅲ PC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149만원대 펜티엄4 PC를 선보이면서 펜티엄4 PC에 대한 수요를 넓혀왔던 현주컴퓨터와 주연테크도 이번 CPU 가격인하가 전체 시장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주컴퓨터는 이번 CPU 가격인하에 따라 대략 10만원 정도의 가격인하를 검토중이며 기존에서 1개 모델을 추가, 총 3개 모델로 확대한다. 주연테크는 다음달까지 펜티엄4에 대한 라인업을 확대하지 않고 1개 모델만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다만 현대멀티캡은 이번 CPU 가격인하가 펜티엄4 PC시장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 다음달 중순 펜티엄4 PC 전기종을 선보이고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체에서는 “인텔의 CPU 가격인하가 바로 효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3·4분기부터는 서서히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시장 교체 시기는 연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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