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17)저소득층 정보화

‘빈부간 정보격차 문제는 결코 풀 수 없는가.’

 지난해부터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빈부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벌인 ‘1ㆍ4분기 내구재 소비태도 조사’에 따르면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PC 보급률과 인터넷 이용률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조사결과 연소득이 3000만원 이상인 가구의 PC보급률은 95.1%였지만 1000만원 이하의 가구는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두 계층간 PC보급률 격차인 59.1%포인트는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전혀 줄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터넷 이용률도 3000만원 이상인 가구는 66.7%에 달했지만 1000만원 이하인 경우는 9.3%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격차는 지난해 각계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PC보급운동과 정보화 교육운동을 벌이며 빈부간 정보격차 해소에 힘썼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은 것이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와 정보통신부는 저소득 가정 청소년 50만명에게 무료 정보교육을 벌였으며 이 가운데 성적우수자 5만명에게 PC를 보급하고 통신요금(월 1만6000원)을 지원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개별적으로 관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정보사업을 벌였다.

 민간기업 차원에서도 SK텔레콤이 지난해 PC 1만1600대를 보급하고 피에스아이넷은 올들어 정보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됐다. 각종 시민단체들도 이에 동참, 빈부간 정보격차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되고 이를 해결하려는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하지만 앞서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 이러한 노력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알리기 위주의 사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의 정보격차 해소운동은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자신들의 정보사업 실적을 알리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 정보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견해다. 이들에 따르면 초기 지원규모에만 신경을 썼을 뿐 지속적인 지원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서울 모 중학교 정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교사는 “초고속망과 컴퓨터가 학교마다 보급됐다고는 하지만 학교별로 초고속망과 PC사양이 천차만별이며 심지어 같은 학교에 비치된 PC마저 서로 사양 및 제조회사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며 학교를 대상으로 벌여온 사업이 외형에만 치중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 물질적인 지원 위주의 정보사업도 문제다. 컴퓨터 몇 대를 보급하는 것으로 정보격차를 줄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저소득층 정보사업은 새마을운동 당시 국민 계도를 위해 라디오를 무료로 혹은 저렴하게 배급했던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정보교육은 라디오나 TV와는 달리 적극적인 도구이기 때문에 기기 보급 이상으로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PC 무료보급도 중요하지만 저소득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보교육 담당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학교 전산실도 방과후에는 자유롭게 사용하기 힘들고 PC방 사용료도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부담이 된다.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 A동의 한 학생은 “유네스코회관에서는 학생증을 제시하면 하루에 30분 정도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각종 사회기관, 공공기관, 기업체 홍보실 등 무료로 PC 및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 PC방’이 대다수 저소득층에는 절실하다는 말이다.

이외에도 중고등학교 전산수업 강화, 기업체들의 무료 정보교육에 대한 각종 정책지원 등 저소득층을 위한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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