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도구이자 신경제의 핵심엔진으로 자리잡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각종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인터넷기업들에 지금은 분명 위기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핵심 변수인 수익모델 창출이 생각처럼 그리 만만치 않은데다, 인터넷에서 등돌린 투자가들이 좀처럼 되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우선 비즈니스 인프라가 튼실하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인구가 이미 전국민의 절반에 육박하는 2100만명을 돌파했고 사용시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 및 초고속망 이용자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차세대 인터넷 IPv6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위기는 인터넷업계에 제2의 ‘닷컴신화’ 창조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처럼 현재의 위기에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다가올 본격적인 성장기엔 큰 수혜를 볼 것이란 얘기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문규학 부사장은 “지금 같은 과도기엔 어느 정도 낙오자가 불가피하다”면서 “하지만 시장선점 효과가 크고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인터넷 비즈니스 특성상 현 구조조정기를 잘 극복한 기업들은 장차 인터넷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면 엄청난 수확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버티기만 한다 해서 위기가 기회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 위기뒤의 기회를 잡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일단 ‘버티고 보자’는 식의 대처는 별 도움이 안된다. 강세호 유니텔 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줄일 것은 줄이되, 필요하다면 과감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업 본연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차제에 기술, 사람, 자금, 시장 등을 냉정히 되짚어보고 업계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김경익 레떼컴 사장은 “그동안 인터넷기업들이 너무 방만하게 기업을 운영한 것이 사실”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 기업의 1차적인 존재이유인 수익창출이 가능한지 비즈니스모델부터 하나하나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벤처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외부 펀딩자금으로 불요불급한 투자와 문어발식 출자를 일삼던 그동안의 퇴색된 정신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노종섭 인포웹 사장은 “기업은 마치 로켓과 유사하다. 대기권을 돌파, 안정궤도에 진입하기까지는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금룡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인터넷은 신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아직도 분명 살아있으며, 앞으로 결코 쉽게 죽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다만 위기의 강을 건너 안정권에 진입하기 위해선 스스로 기업 자신의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생존전략을 마련,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여건을 종합할 때 인터넷업계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며 다시한번 ‘닷컴바람’을 불러올 만한 잠재력은 충분하다”며 “인터넷이 신경제의 엔진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잡을 때까지 기업, 정부, 국민 모두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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