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부터의 해방.’
유선망으로부터 가입자와 단말기를 해방시키려는 엔지니어들의 움직임은 필사적이다. 엔지니어들의 이러한 노력은 무선호출, 이동전화, 주파수공용통신에 이어 최근에는 무선랜, 블루투스 시장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본격 논의되는 블루투스도 바로 이러한 엔지니어들의 노력에서 출발했다. 복잡한 선을 제거해 가입자와 단말기에 이동성을 부여, 자유스러운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이 기술은 개방형 공개표준을 지향,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반갑다, 블루투스
블루투스는 94년 4월 에릭슨 내부 프로젝트로 고안됐다. 초기 모델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장착한 헤드세트 등 이동전화 주변기기의 무선화를 목적으로 출발했다. 이후 컴퓨터회사들이 노트북과 이동전화를 연결하는 방식, 정보가전기기와 연계한 가정 및 사무실의 무선화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가세하면서 세를 불려가고 있다.
급기야 98년 5월 미국·유럽·일본 등을 중심으로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가 설립되고 에릭슨·노키아·IBM·도시바·인텔 등 5개 회사가 프로모터를 만들면서 블루투스는 서서히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99년 7월 ‘블루투스 1.0’버전이 발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이동전화시장 확대이후 새로운 아이템을 찾던 전세계 정보통신업계는 공개표준을 들고 나온 블루투스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세계 1300여개의 기업과 단체가 블루투스 개발에 착수하면서 세계는 블루투스 열풍에 휩싸였다.
블루투스 인증규약인 ‘PRD버전 1’, 인증수행기관인 BQB와 시험기관인 BQTF가 창설된 것도 이 즈음이다.
◇왜 블루투스인가
블루투스는 이동전화·PC·주변기기·AV기기 등을 무선으로 접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신규격이다. 블루투스 관련 지적소유권은 무상제공을 전제로 하고 있어 로열티가 없다. 큰 매력이다. 하드웨어·미들웨어·소프트웨어까지의 다양한 기술을 종합적으로 수용한 무선접속규격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블루투스 열풍을 대변하지 못한다.
블루투스가 매력있는 접속규격이라는 점은 바로 탄생부터 철저하게 시장성을 두고 고안됐다는 점이다. 첨단 기술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대중성’에 기반을 두고 출발했다.
표준을 담당하는 블루투스 SIG는 블루투스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가지 특징적인 장점을 강조한다.
첫째, 저가격화다. 가격을 억제해 5달러 이하의 칩세트를 만들어 다양한 제품에 탑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급적 전 정보가전기기에 블루투스를 탑재시켜 완벽한 지능형 정보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낮은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장비를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는 시장논리를 반영한 결과다.
둘째, 저소비전력화다. 이동전화나 노트북PC와 같은 전지를 이용하는 단말기에 장착될 경우에 대비해 불필요한 전지소모를 억제시켜 이동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목표다. 블루투스가 초단거리 무선통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소비전력을 낮춰 이동단말기 필수품으로 넣어보겠다는 엔지니어의 의도가 숨어있다.
셋째, 소형경량화다. 궁극적인 목표는 담뱃갑의 절반 정도의 크기. 이동성이 많아진 현대인들이 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작게, 작게’ 만들겠다는 노력이 가상하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대중성’에 기초한 블루투스 애플리케이션은 무척 다양하다.
데이터전송은 물론 음성정보를 보낼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도 지원된다. 멀티미디어 대응, 일대다 접속통신, 도청과 오접속 방지 등의 기술도 병행해 개발하고 있다.
패킷 데이터 전송은 음성뿐만 아니라 영상·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가 전송될 수 있고 전파상태와 전송정보에 따라 최적 패킷이 선택될 수 있도록 11가지 블루투스 패킷이 규격화된 상태다. 피코넷(Piconet)과 같은 간단한 네트워크 형성은 물론 도청과 오접속을 방지하기 위한 시큐리티 규격도 마련돼 있다.
어떤 데이터 교환이 가능할까. 블루투스에서 준비중인 데이터 형식은 텍스트, 음성·음악·영상 등 미디어, 제어·인증데이터의 세가지 종류다.
우선 텍스트 형식을 통해서는 이동전화와 노트북PC, PDA간 e메일 등 텍스트 파일이 교환된다. 미디어데이터 형식은 이동전화간, 이동전화와 헤드세트간 통신, 이동전화로 다운로드한 음악정보를 MP3플레이어에 인스톨할 때,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정지영상이나 동영상 정보파일을 이동전화로 전송하는 데 사용된다.
또 제어·인증데이터는 이동전화를 리모컨처럼 사용해 TV나 AV기기 등을 제어하고 자판기, 신용카드 조회기 등 각종 단말과 연계한 신용카드 대용으로 쓰인다.
◇문제는 통신사업자
블루투스의 적용은 이동전화와 휴대정보 단말에 블루투스 유닛을 탑재한 경우, 가정내 ADSL모뎀에 블루투스 유닛을 장착해 이동전화를 가정용 전화기로 사용하는 방법 등 매우 다양하다. 위에서 지적한 경우처럼 자판기, 정보가전기기 등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동전화를 다양한 용도에 사용하려면 이용자는 새로운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며 이는 이동전화 판매 상승으로 일어난다. 물론 여기에 이동전화사업자의 매출증대도 일어난다. 결국 블루투스 활성화는 이동전화제조업체, 부품제조업체,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 유선전화사업자의 매출증대로 이어진다. 정보통신업계가 블루투스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산업계에 미치는 블루투스 파장은 매우 크다.
이동전화 등 이동단말에 대한 부가가치 증대, 케이블·커넥터 생략, 간단한 네트워크 구축, 접속기기의 광역화, 상호접속기능을 이용한 새로운 복합제품 및 서비스 개발 등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통신사업자의 역할이다. 이는 바로 블루투스 포럼의 역할이기도 하다. 업계는 블루투스 시장에서 통신사업자가 일정 역할을 담당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ISM 대역으로 묶인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블루투스 시장은 급격히 확대될 수도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한 우리나라에서 블루투스와 연계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강구된다면 최첨단 유무선통합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일, 유무선사업자를 하나로 묶는 일은 바로 통신사업자와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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