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우 SK텔레콤 상무 hwk@sktelecom.com
북한이 우리와 한민족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는 동질적 요소보다 이질적 요소들이 훨씬 많은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남북간의 차별성은 남한과 지구상 자본주의권의 그 어느 나라간의 그것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반세기가 넘도록 남과 북에 서로 다른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이 유지돼 온 결과다.
최근의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북한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가로막는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다음의 두 가지 뿌리깊은 편향적 시각이 북한을 잘못 인식하게 만드는 주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다분히 감상적인 차원의 민족에 대한 동정론이다. 즉 한핏줄이며 경제적으로 궁핍한 북한을 지원과 동정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시각이다. 물론 대북지원 민간단체 등에서는 이같은 관점이 필요하겠지만 기업 차원에서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경협을 추진한다면 필연적으로 무리한 대북투자와 국민의 부정적인 평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역사적 측면에서의 냉전론적 사고에 기인한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이다. 전세계가 이미 냉전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 이 부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6·25전쟁, 군사독재 등 냉전시대의 이념적 유물은 남북 교류·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이는 북한에 대한 투자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북한 당국의 개혁·개방 의지와 남북관계의 개선을 회의적인 시각에서 관망하게 만든다.
이러한 감상론적 접근방식과 적대적 인식의 문제점은 북한을 ‘또 하나의 외국’ ‘또 하나의 신흥시장’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에 의해 극복될 수밖에 없다. 즉 신뢰성 있는 시장정보를 바탕으로 남북경협에 대한 리스크와 기회를 정확하게 분석함으로써 불필요한 우려와 과도한 리스크테이킹(risk taking)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 처음 은행업무를 개시한 ING노스이스트아시아(North East Asia)은행 총지배인인 케이스 치디의 발언은 북한 경제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일본의 환일본해경제연구소(ERINA)의 정기간행물(ERINA보고서 23호)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북한에 많은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리스크의 대부분이 북한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많은 동일한 위험(때로는 더 큰 위험)이 크건 작건 체제전환기에 있는 신흥시장이나 경제에 나타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는 여타 국가와 북한과의 차이는 다만 북한이 아직 본격적인 전환기경제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비록 한 은행가의 사적인 의견에 불과하지만 그의 관점이 북한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에 좀더 근접해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외국’이라는 인식하에서의 북한시장에 대한 올바른 접근방식은 어떤 것일까.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이 말하는 중국시장에 대한 ‘정보보안업계 수출 8계명’이 북한시장에 대한 접근방식에 있어서도 상당부분 유효하다고 생각된다.
그는 성공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상대국에 대한 애정, 제품 및 사람의 철저한 현지화, 3년 이상의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접근, 인맥의 형성, 협상 능력 필요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여러 가지는 한국적인 시각에서 보면 생소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적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그 나라 고유의 문화와 의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해외진출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한 ‘진출 6개월’만에 결과가 만들어져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기업들의 조급증을 경계하며 최소한 3년은 투자하고, 3년은 현상유지, 3년은 투자회수한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맥형성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록 중국을 대상으로 한 특정산업 분야의 진출전략을 담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한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전략 수립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4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10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