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벤처, 선진기업으로 간다](6/끝)성과측정 시스템 필요하다

올 2월말 48개 중앙 정부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중 실적이 우수한 직원들에게 사상 처음으로 성과상여금이 주어졌다. 정부가 공무원 성과평가제도를 시행한 지 1년여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평가방법의 객관성 등 일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상여금 지급은 공무원 사회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됐다. 전형적인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인 공공기관에도 민간기업의 성과 중심 경영기법이 도입되고 있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는 공무원 조직조차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라는 경제원칙을 피해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객관적인 성과 평가를 통한 조직경영은 모든 경제활동 주체들의 기본원칙으로 자리잡았다. 소프트웨어(SW) 벤처도 선진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좀더 체계적인 성과 중심의 경영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SW업체의 자산은 벤처정신을 가진 인력 개개인의 노력이었지만 이런 개별 노력을 성과 중심 경영원칙 속에서 시스템으로 구현해내지 않으면 장기적인 경쟁은 힘들어진다.

조직규모가 작고 시장기반이 협소할 때는 개개인의 노력이 기업운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기업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조직과 시스템의 힘이 경쟁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100∼200명 규모로 조직이 커진 SW업체들이 많이 출현함에 따라 국내 SW업계도 성과중심 경영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일부 SW업체들을 중심으로 성과중심 경영을 위해 성과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버추얼텍은 비교적 일찍 성과 중심 경영에 관심을 가진 케이스. 직원이 30명선으로 늘어난 3년전부터 자기평가와 팀장평가를 병행한 내부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인사고과와 연봉협상에 반영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근태관리 수준에 불과했으나 경험이 쌓이면서 평가항목이 세분화되고 평가기준이 보다 체계화됐다.

사이버다임 역시 업무성과에 따른 연봉제로 성과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사이버다임이 참조모델로 삼은 업체는 세계 최고의 기업인 GE. 5단계의 평가기준과 평가양식, 평가절차를 마련하고 팀별평가, 상향 및 동료평가, 하향평가, 정량적 평가, 정성적 평가를 병행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하고 있다.

한국정보공학도 최근 개인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시스템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센트럴에스티도 이르면 올 하반기께 성과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도 성과평가 시스템 도입에 소극적인 SW업체들이 많다. 이런 업체들은 대부분 개인·조직별 성과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자칫 팀워크가 깨지고 조직간 불협화음이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성과평가를 위해 서류작업을 하는 시간에 차라리 돈되는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업체들도 없지 않다.

버추얼텍의 한영규 전략기획실장은 “성과평가를 처음 시행할 때는 주간보고, 분기별보고 등이 업무부하를 가져온다고 불평하던 직원들이 지금은 모두 필요성과 효용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성과측정 시스템은 선진적인 SW업체가 갖춰야 하는 기본항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성과평가 시스템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필요성을 전직원이 공감하고 객관적인 평가항목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성과평가를 기업 평생을 두고 진행해야 하는 전략과제로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변화·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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