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에서 배운다>13회-요르마 올리라의 경영철학

요르마 올리라는 지난 92년 1월 노키아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는 원래 은행가(런던 시티뱅크 임원)였다.

올리라가 CEO에 취임했을 때 노키아는 왕성한 인수·합병(M&A)의 부담으로 허덕였다. 올리라는 취임과 동시에 과감한 구조조정, 즉 이동통신분야로의 선택과 집중을 천명했다.

당시 노키아 직원들은 ‘은행가 출신의 CEO가 구조조정을 시작했으니 정리해고는 정해진 순서’라고 생각해 불안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리해고는 없었다.

올리라는 직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친숙해지는 작업부터 했다. 사원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하고 e메일을 열어놓음으로써 일반 직원과의 사이에 신뢰를 구축했던 것이다.

이후 그의 빠른 결단(선택과 집중 전략)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불과 10여년 만에 노키아는 난공불락의 이동통신장비업체로 성장했다.

이제 그는 단순히 핀란드에 본사를 둔 기업체 CEO가 아닌 핀란드 경제대사이자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인물이 됐다.

실제 노키아는 핀란드 헬싱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총액의 약 60%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핀란드 국내 총생산의 4%, 핀란드 전체 연구개발(R&D) 투자액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노키아가 곧 핀란드 경제인 셈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에서도 노키아의 연간 실적에 따라 경제지표가 흔들릴 정도다.

올리라의 시선은 항상 벤처를 지향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의 이같은 성향에 따라 노키아는 지난 97년 이후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인터넷프로토콜(IP) 솔루션, 인터넷TV용 세트톱박스, 인터넷 음성전화 등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 97년 라우터 대체용 IP스위치를 개발한 미국 입실론네트웍스를 1억2000만달러에 인수해 노키아벤처스오거나이제이션에 편입시켰으며, 98년에는 기업내 고속 인터넷접속장비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다이아몬드레인커뮤니케이션스와 제휴하기도 했다. 노키아는 또 뉴질랜드에 국가 단위 ADSL통신망을 구축한 데 이어 인터넷TV 세트톱박스 개발업체인 미국의 스파이글라스, IP솔루션업체인 캐나다 비에나시스템스 등을 인수하기도 했다.

올리라 회장은 오는 5월 내한할 예정이다. 그가 한국에서 어떤 사업비전을 펼칠지 주목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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