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공무원들에게 역대 가장 ‘모시기 까다로운’ 상사를 꼽으라면 한결같이 이석채 전장관을 지목한다. 관료들은 그러면서도 반드시 사족을 붙인다. ‘가장 많이 배웠던’ 상사 역시 이 전장관이라고. 심지어 대부분의 IT업계 CEO들도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
이석채 전장관이 공무원과 업계에까지 가장 ‘까다롭지만 가르침을 준’ 인물로 각인된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가 정통부 장관에 임명된 이후 관료들이 제일 먼저 해야했던 일은 정보통신 기술용어를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당대의 경제 이론가였지만 IT 및 통신 기술용어에는 문외한이었기에 장관 결재를 받으러 보고서를 들고 간 관료들은 용어 설명에서부터 진땀을 흘렸다.
업무 내용을 ‘간신히’ 이해시킨 관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재 서류를 퇴자 놓기 일쑤인 이 전장관에 다시 한번 당혹해 했다. 정책에 경제적, 거시적 관점이 부족하니 이를 보완하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정통부 관료들은 여기서 ‘배웠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정통부의 정책이 국가 경제의 틀 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세계 경제와는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꼼꼼히 따져 보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료나 업계에서는 이 전장관이 ‘우편’으로 대변됐던 체신부를 명실공히 경제부처(정통부)로 다시 태어나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양승택 신임 장관은 이석채 전장관과 비교해 언뜻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양 장관은 우선 기술용어를 몰라 공무원이나 기업인을 황당하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정부 정책은 물론 기술변화, 기업들의 속사정 파악에 이르까지 최고의 정보통신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CDMA 신화의 산증인이며 줄곧 정부 정책 및 기업경영 곳곳에 영향을 미쳤던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너무 잘 아는 것이’ 도리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아랫사람 입장에서 보면 너무 똑똑한 상사는 늘 ‘모시기’ 어렵다. 양 장관은 아마도 정통부나 기업들엔 이석채 전장관 이후 가장 ‘어려운 사람’이 될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반응이 감지된다. 기자에겐 좀처럼 속내를 털어 놓지 않는 공무원이나 기업들조차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 천명은 반길만 하지만 다소 앞서간다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과거 정부의 미적지근한 일처리에 진저리를 쳤던 이들이 IMT2000사업자 선정을 비롯, 최근 쾌도난마식으로 정책현안을 정리하고 있는 양 장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직 양 장관의 정책 스타일이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공무원은 물론 기업인들도 ETRI 원장,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총장 시절의 ‘양승택’과는 무언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분위기 탐색에 열중이다.
분명한 것은 최고 전문가답게 양 장관이 이석채 전장관 못지 않은 강렬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장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긍정적이 될지 아니면 부정적이 될지는 이제부터 양 장관 자신의 몫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정통부는 우편으로 상징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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