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관리(SCM) 체계는 이제 유통·물류업계의 생존요건이 돼 버렸습니다. 누가 먼저 깨닫고 빨리 변화를 수용하느냐에 따라 살아남을 수도, 당장 도태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유통업계의 현안으로 떠오른 SCM과 관련, 한국물류 노홍 상무(53)는 굳이 e비즈니스라는 거창한 표현이 필요없다고 한다. SCM, 그 자체가 유통업의 살 길이기 때문이다. 노 상무의 명함에도 그 흔한 e비즈니스 담당 임원이라는 문구가 없다. “다양한 생산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기실 유통·물류 본연의 목표입니다. 이는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등 개별기업을 넘어 국가적인 경쟁력으로도 귀착되지요. 한국물류가 SCM을 최적의 대안으로 삼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도입중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의 설명이다.
한국물류는 상품공동구매·물류대행·창고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최대 도매물류업체. 지난 96년 현대백화점 계열사로 편입된 이래 도매물류 시장개척에 전력을 다해왔다. 지금은 대형 식품유통망 200여개와 10만여개 소매점을 상대로 7000가지 이상의 공산품·농수축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하루 상품 출하량도 4만박스에 달한다. 한국물류가 지역별·상품별·소비형태별로 각양각색인 상품 수발주 요구를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처리할 수 없어 온라인 B2B, 즉 SCM에 의존코자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한국물류가 최근 주변으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협업설계예측보충(CPFR)이라는 첨단 SCM 시범프로젝트를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력 제조사들도 유한킴벌리·유니레버코리아·제일제당 등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노 상무는 “지금까지 유통 부문에 활용됐던 전자문서교환(EDI)시스템은 일방적인 정보전달에 그쳐 협력사간 상품 수발주에 대한 관리가 불가능했다”면서 “제조·유통·물류 등에 따른 제반정보를 협력사들이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CPFR의 의의를 설명했다. 일례로 CPFR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의 상품판매 현황을 실시간 파악, 그 결과를 원료조달에까지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사내 인터넷환경 구축을 마친 한국물류는 올해 SCM 시범사업을 발판으로 창고관리시스템(WMS)·고객관계관리(CRM)·경매시스템 등 핵심 정보화기반을 갖출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내년부터는 유통 e마켓에도 진출, 차세대 e비즈니스 발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SCM은 결국 의지와 마인드의 문제입니다. 보다 많은 유통·제조·물류기업들이 SCM을 확대 도입할 수 있도록 정보기술(IT) 업계도 저렴한 가격에 솔루션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 상무는 유통 e비즈니스 저변 확대를 위해 업계 전반의 공감대 조성과 협력을 촉구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