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발신자번호표시(콜러ID) 단말기업체들이 관련 서비스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중소기업형 제품인 콜러ID 시장에 뛰어들어 중소업체들을 궁지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업체 입장=기존 유무선 전화기 시장의 80% 이상을 과점하는 LG전자·삼성전자·태광산업 등이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콜러ID 시장을 초토화하고 있다는 것. 특히 대형 업체들이 일반 전화기에 연결해 사용하는 외장형 콜러ID 단말기까지 출시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에 틈새시장조차 열어주지 않고 있다는 게 중소업체들의 주장이다.
외장형 단말기를 개발한 한 중소업체 사장은 “전국 유통업체들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제품을 선호해 이미 납품한 제품까지 반품을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또다른 중소업체 관계자는 “콜러ID 시장을 놓고 헤비급과 플라이급 복서가 한 링에 서는 것과 같다”며 대기업들이 개발이 쉽고 가격이 저렴한 외장형 콜러ID 단말기 시장에까지 눈독을 들이는 것에 대해 비난했다.
◇대기업 입장=고객 입장에서 자율경쟁을 도모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콜러ID가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된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은 안된다’는 식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콜러ID를 이동전화 단말기 수요증대로 이어가는 게 목표”라며 “기존 유무선 전화기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로 인해 중소 콜러ID기업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또한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기술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콜러ID 제조업체들이 난립함으로써 시장에서 불량품이 늘어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철저하게 시장경쟁 원리에 맡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망=논란이 불거지자 정보통신부는 지난 4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이트로닉스 등 대형 업체들과 데이콤콜투게더·도아일렉콤·원포유·드림텔레콤 등 중소기업 관계자를 불러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민간업체끼리 경쟁하는 아이템에 관해 법적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상 없다”며 “중소업체의 상황을 고려해 중소기업 보호차원에서 모종의 수단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한 법적 규제기준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계속 콜러ID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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