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PBX·선후불카드 등 번호체계 수립 시급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발신자번호표시(콜러ID) 전화기로 전화를 걸면 어떤 번호가 표시될까.’

답은 어떤 번호도 표시되지 않거나 디스플레이에 에러가 뜨게 된다.

콜러ID 시범서비스 시작을 계기로 인터넷전화와 같은 차세대 통신서비스에 새로운 번호체계를 적용하거나 별도의 호인식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콜러ID서비스로 수신자가 전화번호를 미리 확인하고 수신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됐지만 만약 발신자가 인터넷전화, 사설교환망(PBX, 인터넷사설교환망 iPBX 포함), 선후불카드 등을 사용하는 경우는 번호표시 원칙이 없어 사실상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화의 경우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웹투폰방식은 물론 PC없는 폰투폰 서비스가 급속 확산추세에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콜러ID서비스 적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물론 인터넷전화서비스의 바탕을 이루는 음성데이터통합(VoIP)기술이 세계표준 형태로 운용되고 있고 그에 따른 번호체계도 우리나라만의 문제에 국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왕에 시작된 콜러ID서비스를 제대로 정착시키고, 인터넷전화처럼 확산일로에 있는 차세대 통신산업을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대책 마련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VoIP서비스가 등장할 때부터 번호체계 적용 논의가 거듭돼왔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번 콜러ID서비스를 계기로 우리부터라도 원칙을 적용하는 선도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발신자가 PBX전화나 선후불카드를 사용했을 때에도 번호표시에 대한 새로운 원칙 적용이 요구된다. 많게는 수십, 수백대에 이르는 PBX 연결전화기 중 하나로 전화했을 때 실제 어느 전화기에서 발신됐는지를 찾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실정은 국내에 출시된 콜러ID단말기 중에서 PBX발신 전화번호를 표시할 수 있는 제품이 현재로선 없다는 점을 잘 설명해준다.

또 선후불카드를 이용해 일반 가정이나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 경우, 발신전화기의 등록번호는 표시되겠지만 실제 전화사용자가 그 전화기 등록인과는 동일하지 않을 수 있는 허점이 있다. 사용자는 카드의 개인번호(PIN)로만 전화를 사용할 뿐 전화기 소유관계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인터넷전화 번호체계 문제는 이번 콜러ID서비스 시행을 계기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존재해왔던 사안”이라며 “업계와 협의를 거쳐 이용자의 불편 및 불가피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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