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산업협의회 회장 김명환
우리나라가 세계경제 규모 10위권의 강국으로 성장한 것은 사회간접자본이라고 일컫는 이른바 인프라가 어떤 중후진국에 비해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구축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엔 이론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만·교통·도로 등이 대량생산시대인 아날로그적인 산업화시대의 인프라였다면, 디지털로 대표되는 지식정보화시대의 인프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보고속도로일 것이다.
재화와 용역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던 시대에서 지식과 정보가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지식정보화시대로 분명히 바뀌었고, 바로 지식과 정보를 분배하고 전달하는 인프라가 바로 초고속망을 대표하는 정보고속도로일 것이다.
여기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이론이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시대의 정보고속도로라고 일컬어지는 초고속통신망이 도입되기 시작한 지 4년여 만에 가입가구가 400만을 넘어섰고 올 연말이면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인 600만가구 이상이 초고속망에 연결될 전망이다.
산업화시대의 인프라가 그랬던 것처럼 지식정보화시대의 인프라 확산속도도 세계 어떤 나라의 그것에 비해 월등히 빠르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초고속통신망 인프라 확산은 ‘초고속망의 확산→이용자 증가→지식정보의 부가가치 창출→새로운 산업발전’이라는 가치사슬(value chain)의 선순환을 해나간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인프라는 누구나 언제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래서 인프라인 것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보면 현재 400만가구를 넘어섰다고 하는 초고속망을 보면 초고속망을 공급하는 업체마다, 업체에서 운영하는 상품마다 특성이 다르고 가격도 다르고 속도가 다르다.
심지어 PC 등의 인터넷접속 단말기와 연결되는 부분조차 규격이 다르다. 여기에 이용거리에 따라, 이용시간에 따라 또 다르다. 그래서 이용장소를 옮기면 완전히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회사에서 쓰는 노트북을 가정으로 옮기면 다시 설치작업을 해야 한다.
누구나 언제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프라의 개념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것은 인프라가 아니다.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나온 시장경쟁의 결과다.
즉, 복수의 업체가 경쟁과 자사의 영역확보라는 단기업적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이용자의 입장과 인프라 구축이라는 장기적인 배려를 하지 않은 결과다.
이런 문제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부담이 바로 이용자에게 전가된다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표준화되지 않은 초고속망 인프라로 인해 야기되는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가전과 통신이 결합된 정보가전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정보가전산업은 매년 수천억달러 규모를 형성하는 시장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은 물론 많은 IT 벤처기업들이 시장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
고 이미 세계적인 수준을 확보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보가전산업의 발달에 근간이 되어야 할 초고속망이 표준화가 돼있지 않아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인 장벽이 되고 있다.
현재의 초고속망에 맞추기 위해선 같은 모델이라 할지라도 초고속망의 종류와 사용환경에 따라 수없이 많은 유사 모델을 동시에 개발,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이로 인한 부담은 물론 시장 확산 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인프라 구축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래를 보고 추진해야 하는데 불과 1년후에 나타날 문제를 알면서도 진행한 단기업적 중심의 사고는 이제는 지양해야 할 때다.
지금도 늦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가 사실은 더 중요한 시기다. 경쟁과 자기 영역확보 때문에 표준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인프라 구축업체들은 물론이고 초고속망 인프라 구축을 책임지고 있는 관계당국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아마도 인프라 구축업체도, 관계당국도 디지털 정보가전과 홈네트워킹시대, 특히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지식정보화사회 시대에서 표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표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들이 그렇게도 주장하고 있는 이용자 이익과 산업발전은 또 뒷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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