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폭등 외환시장 비상

최근의 환율급등은 물가와 금융시장 불안뿐만 아니라 수출기업에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원화가치의 급락으로 외화부채가 많거나 원자재 수입부담이 큰 기업들은 초비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기업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최근의 원화하락은 엔저에 영향을 받은 데 기인하듯이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해외시장 가격경쟁력 제고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전자부품 및 소재의 경우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엔저효과를 볼 수 있지만 해외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수출기업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수출이 감소하는 사태까지 발생, 경제산업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143억4400만달러로 전년동월보다 0.6%가 감소, 지난 99년 4월(-4.7%) 이후 23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3일 오전 수출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경제장관간담회까지 개최한다.

◇엔화하락이 주범=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엔화가치 하락에 연유하고 있다. 지난 97년 시중은행들의 유동성문제로 맞았던 외환위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오히려 지난 3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944억4400만달러로 각각 1100억달러대인 대만과 홍콩에 이어 세계 5위의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있어 유동성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원달러환율 폭등의 원인을 엔화약세에서 찾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은 지난주 중반 잠시 하락, 달러당 121엔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주후반부터 다시 올라 2일에는 126.25엔까지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외환폭등은 엔화약세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더군다나 지난 주말 역외환(NDF)시장에서 원달러 상승 분위기가 반영돼 달러 팔자가 실종된데다 기업들의 결제수요로 인해 달러 매수가 늘고 있는 점도 환율폭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기업 혼선=원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입 업체에 대한 영향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최근 ‘환율급등이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단 우리나라의 전략수출산업인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의 분야는 환율상승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는 수출물량의 증가보다는 환차익의 발생에 따른 채산성 개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전세계 시장에서 일본 메모리반도체 생산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불과해 엔화 환율상승의 여파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거래선에 고정된 정산료를 지불해야 하는 별정통신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통신단말기 제조업체, 칩세트 및 부품수입이 많은 컴퓨터 관련 제조업체, 정보통신 관련제품 수입유통업체들은 당초 계약보다 많은 달러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중소수출업체들은 갑작스런 환율급등으로 제품가격과 수출계약시점 결정 등 수출네고에도 적지 않은 혼선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무역협회는 원화가치가 10% 하락하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제고 등으로 무역수지가 3년간 48억달러 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최근의 원달러 환율상승은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그 효과가 크게 상쇄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채기업 비상=원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화 순자산 보유규모가 크지 않아 환율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이익은 미미한 실정이다. 대신에 외화순부채 규모가 큰 기업들은 상당한 외화환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외화순부채 규모가 10억달러 이상인 정보기술(IT)기업은 한국전력, SK, 현대전자, 삼성전자 등이며 5억달러를 넘는 기업은 현대차, 포항제철 등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환율상승으로 이한 외화환산 손실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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