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디스플레이산업 육성

◆원철린 산업전자부장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에게 없어선 안될 아주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이 산업의 수출액만 해도 1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조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수도 6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하나같이 세계시장에서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디스플레이 수출보다 2배가 넘는 반도체의 경우 조단위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업체는 겨우 2개 업체에 불과하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후방 연관효과는 실로 크다.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를 생산하는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과 관련을 맺은 소재 및 부품, 장비 등의 중소업체수가 150여개에 이르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도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도 밝다. 차세대이동통신인 IMT2000의 가장 큰 혜택을 보는 분야가 디스플레이다. 전문조사기관들은 하나같이 늦어도 2005년에 가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규모가 600억달러를 넘어서 D램 메모리반도체 시장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일본, 대만, 중국 등도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의 육성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현재 두 가지의 잘못된 인식이 정부와 학계에 널리 퍼지면서 디스플레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나는 ‘대기업들이 돈을 잘 벌고 있는데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삼성과 LG 두 회사는 지난 한해 조단위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수익으로 두 회사는 그동안 누적된 적자를 모두 털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업체들이 돈을 벌었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단견이다.

디스플레이의 대표적인 패널인 TFT LCD산업의 경우 경쟁이 격화되면서 설비투자비는 기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삼성과 LG가 투자하려고 하는 5세대의 경우 투자비가 1개 라인에 1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설비투자와 함께 연구개발비도 끊임없이 들어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결정이 삐끗 어긋나면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게 됐다.

또다른 하나는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통폐합이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보면 브라운관과 TFT LCD 등을 생산하는 업체가 3개 업체씩 있다. TFT LCD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공급과잉 책임도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우리 업체에 지우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뒤늦게 TFT LCD사업에 뛰어든 대만의 경우 업체수가 6개나 되고 일본도 14개 업체가 있다. 공급과잉의 책임도 우리 업체에 있기보다는 대만과 일본에 있지 않나 싶다. 따라서 우리가 스스로 우리 업체수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경쟁력을 키워주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의 잘못된 인식이 우리 업체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정부의 지원이 끝나가고 있어 이를 다시 연장하기 위해 활동을 벌인 기업체 관계자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대기업들이 잘하고 있는 이 분야에 정부가 왜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주어야 하느냐는 타박을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기업체가 잘하고 있으면 이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오히려 앞서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거꾸로 가고 있다. 기업은 잘해 보려고 하는데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기업들이 잘할 수 없다.

우리는 IMF를 거치면서 국가의 산업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단기간에 IMF를 극복하기 위해 거시적인 산업전략을 세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반도체 이후를 대비한 차세대 산업전략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진지하게 되새겨봐야 한다.

반도체 이후의 산업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이 나빠지면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조단위의 수익을 올린 TFT LCD업체들은 패널 가격하락에 따라 수익이 극도로 저하되면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일본과 대만이 연합해서 우리 업체들을 견제하고 있다. 업체 혼자 힘만으로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다행스럽게 신임 산자부 장관이 제조업을 중시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단순히 물레방아를 거꾸로 돌리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정부가 제조업의 거시적인 전략을 다시 세워 균형감각이 잡힌 제조업 육성정책을 펼치겠다는 신임 장관의 의지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이제 디스플

레이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보고 육성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