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선진경영체제 강화해 새출발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가 사명변경과 더불어 독자적인 경영체제의 새로운 반도체 전문회사로 거듭났다.

이 회사는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변경하고 사외이사 위주의 이사회를 구성해 외형적으로 현대그룹과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아직 현대그룹 지분의 매각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이날 이 회사의 주주들이 외자유치를 위한 신주발행을 결의함으로써 조만간 이 문제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의 멍에에서 벗어난 하이닉스반도체가 자력갱생해 재벌 위주의 국내기업 풍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새삼 집중됐다.

◇이사회 중심 선진경영체제 강화=하이닉스반도체는 이날 주총에서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위해 현재 4명인 사외이사진을 7명으로 늘려 이사회 중심의 선진경영체제를 갖췄다.

국내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절반 이상 두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반도체는 『선진 외국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정착시켜 선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번에 추가한 사외이사에 금융권 인사와 외국 반도체 전문가를 영입, 경영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뚜렷이 했다.

이로써 하이닉스반도체는 국내외 투자가들이 자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고 투자유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명변경도 현대와 무관한 독립경영에 대한 의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외자유치에 박차=하이닉스반도체가 현 6억주인 수권주식수를 최대 15억주까지 높이도록 정관을 개정한 것은 외자유치를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하이닉스반도체는 오는 9월 이전에 전환사채는 2억주 이내, 보통주는 6억주 이내까지 발행하고 이를 이사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신주 액면미달 발행건을 이날 주총에 내놓았다. 외자유치 협상에서 경영진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기존 주주들도 액면가 이하의 신주발행이 손해가 될 수 있으나 워낙 경영사정이 급박한데다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이 안을 통과시켰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신주의 대부분을 GDR로 발행해 외국자본의 유치에 활용할 예정이다. 신주 발행가는 2961원 이상에서 액면가 이하로 확정됐다.

박종섭 사장은 이날 주총 인사말을 통해 『수권주식수 확대는 경기하락이 지속될 경우에 대응하는 것이며 신주 액면미달 발행은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쪽에서는 하이닉스의 외자유치 협상이 늦어질 가능성도 대두됐다. 박종섭 사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상반기중으로 신주발행을 통해 10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주총에서는 9월 이전으로 시기를 늦췄다.

주식가격을 놓고 하이닉스와 외국 투자자가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 또 하이닉스가 최근 채권단의 지원 재확인으로 유동성에서 여유가 생긴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서 액면가 이하 발행건이 의결됨으로써 외자유치 협상이 급류를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이닉스가 새 이름으로 출범한 이날 128Mb 제품을 비롯한 D램의 국제 현물가격이 폭등했다.

유동성 위기로 한때 감산까지 검토했던 이 회사로서는 산뜻한 출발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하이닉스가 유동성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을지 국내 반도체업계는 물론 재계가 이 회사의 10인 이사회를 주목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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